"너도 우승반지 가져와" 문홍수-문가온 부자와 SK의 남다른 인연

최창환 2022. 10. 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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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남다른 인연이다. 아들도 SK에서 잘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들이 프로선수가 된 부모라면 누구나 감개무량할 테지만, 서울 SK 신인 문가온(22, 187.7cm)의 아버지 문홍수 씨는 더더욱 기분이 남다르지 않을까. 문홍수 씨 역시 SK의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함께한 일원이었으니 말이다.

중앙대 가드 문가온은 지난달 27일 열린 2022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SK에 지명됐다. 문가온은 “모든 선수들의 로망인 팀에 입단하게 돼 행복하다. 1라운드 막판까지 이름이 안 불려서 초조한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감독님이 불러주셔서 정말 기분 좋았다. 이름에 앞서 ‘중앙대학교’를 듣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로써 문가온은 아버지 문홍수 씨가 젊은 시절을 보냈던 SK에서 프로선수로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문홍수 씨는 1997년에 트레이너로 입사한 SK 창단멤버다. 2002년까지 SK에서 근무했고, 이후 창원 LG와 춘천 우리은행(현 아산 우리은행) 트레이너를 거쳤다. 현재는 올바른서울병원 재활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문홍수 씨는 “진로 농구단에 입사했는데 SK가 농구단을 인수했고, 이후 다시 지원서를 제출해서 입사했다. SK는 나에게 많은 걸 준 팀이다. IMF 외환위기로 어려울 때여서 아내도 직장을 잃었다. 나에겐 실질적인 첫 직장이었는데 힘든 시절에 우승했던 게 우리 가족에게 큰 밑거름이 됐다. 그래서 아들이 SK에 입단하게 돼 기분이 남달랐다. 아들도 SK에서 잘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문홍수 씨에게 2000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SK가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1999-2000시즌)을 차지했고, 11월에는 첫째 문가온도 태어났다. “우승했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태어났을 땐 재키 존스, 로데릭 하니발 등 외국선수를 비롯한 선수들 모두 산부인과를 찾아 축하해줬다.” 문홍수 씨의 말이다. 문가온 역시 “집에서 우승반지를 봤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아빠도 우승했으니 이제 너도 하나 가져와야 된다’라고 하셨다”라며 웃었다.

문홍수 씨가 SK에 근무할 당시 KBL은 외국선수 2명 보유 2명 출전 제도였다. 외국선수의 비중이 더욱 높았던 시절이다. 디펜딩 챔피언 SK는 2000-2001시즌 창원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하니발이 발목부상을 당해 잔여경기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거짓말처럼 4차전에 선발 출전해 31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문홍수 씨가 LG로부터 트레이너 제안을 받은 이유이기도 했다.

“하니발이 걸어 나가지 못한 모습을 본 LG는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내가 밤새도록 치료해 다음 경기부터 정상적으로 뛰었고, 팀도 4차전에서 이겼다. 당시 LG는 유능한 트레이너가 많은 팀이었다. 나를 스카웃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당신의 열정을 사고 싶다’라고 했다. 그래서 LG로 옮겼던 것이다.” 문홍수 씨의 말이다.

문홍수 씨의 아내 전나영 씨 역시 농구 관련 종사자다. 전나영 씨는 유소년농구클럽 운영, 만천초를 거쳐 봉의여중에서 농구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두 형제도 자연스럽게 농구에 입문했다. 문홍수 씨의 차남 문누리는 단국대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아무래도 나와 아내 모두 농구에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농구를 접하게 됐다”라는 게 문홍수 씨의 설명이다.

문홍수 씨는 아들 덕분에 20년 만에 양지 SK체육관을 찾았다. 문홍수 씨는 “(문)가온이 짐 가져다주는 길이 설레더라. 건물은 그대로인데 나무가 많이 자란 걸 보며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걸 느꼈다. ‘내가 나쁘게 살진 않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전했다.

아들을 향한 조언도 전했다. 문홍수 씨는 “프로선수의 삶을 행복하게, 즐겁게 꾸려갔으면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스트레스보단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살길 바란다. 아마추어 때는 실수를 해도 용서가 되고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프로, 사회는 다르다. 항상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며 선수생활을 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문가온 역시 “지난 시즌 우승을 했던 팀이다. 당장 들어가서 득점을 하겠다는 것보단 몇 분을 뛰더라도 경기에 변환점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아버지도 SK에 입단하게 돼 굉장히 좋아하셨다. ‘아빠도 열심히 한 만큼 너도 죽을 만큼 열심히 임해야 된다’라는 조언을 새기고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사진_점프볼DB, 문가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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