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에서 훌쩍 떠났다가 일년 뒤 돌아온 넌 기적같은 존재란다"

한겨레 2022. 10. 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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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년 8 월 14 일 저녁 8 시 18 분 36 주 0 일에 넌 느닷없이 세상 밖으로 나왔어.

희원이가 태어난 날이 왜 8 월 14 일인지, 재미있는 숨겨진 이야기를 살짝 들려줄게 . 엄마의 담석증 때문에 출산을 좀 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어 . 소화기내과와 산부인과 의료진들이 모여 의논 끝에 8 월 15 일을 출산일로 정하려는데 그 아픈 와중에도 엄마가 외쳤지 . " 우리 아기 예쁜 이름으로 지어줄 건데요 . 친구들이 광복이라고 별명지어 놀리면 안돼요 . 저 꼭 14 일에 낳을 거예요 !" 그래서 초인적인 힘을 다해 너를 14 일에 낳았단다 . 그런데 산후조리원에서 담석증이 급성으로 악화되는 바람에 엄마는 출산 일주일 만에 담낭절제술을 받아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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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축하합니다] 네살 첫딸 희원에게 주는 김선미님의 글
2022년 6월 삼촌이 어린이 날 선물로 보여준 뮤지컬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는 김희원 어린이. 김선미씨 제공

두번째 출산예정일도 같아 ‘신기’
임신중 담석증으로 응급실 ‘반복’
조기분만으로 인큐베이터행 ‘조마’
“건강하게 쑥쑥 자라줘 고마울뿐”

햇살 같은 희원아, 안녕 ? 엄마 뱃속에서 쿵쿵 ! 발차기 하던 녀석이 어느덧 커서 세 돌을 맞이했구나 ! 진심으로 축하해 .

2017 년 임신 21 주차 5 월 5 일 네가 훌쩍 엄마 곁을 떠난 이후 엄마 아빠는 너를 만나게 해달라고 정말 많이 기도했단다 .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국외순방을 가는 대통령의 전용기 안에서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있는 꿈을 꾸었어 . 무엇을 암시하는 꿈일까 궁금했었지 . 그 며칠 뒤 산부인과에서 ‘저 멀리 우주에서 신나게 놀고 있던 네가 엄마에게 다시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 그 순간 가슴 터져 나갈듯 숨막히는 감동이 무엇인지 느꼈었지 . 엄마가 어떻게 너였는지 알았냐고 ? 처음에 도 두번째도 출산 예정일이 똑같이 9 월 11 일이었거든 .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 .

임신 22 주차가 되던 어느날이었어 . 배가 많이 아파 급히 응급실에 실려간 엄마는 담석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어 . 그때부터 너는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와 함께 응급실을 자주 다녀야 했어 . 많이 불편했을 텐데도 잘 견뎌 주어서 미안하고 고마웠단다 .

2019 년 8 월 14 일 저녁 8 시 18 분 36 주 0 일에 넌 느닷없이 세상 밖으로 나왔어. 너도 놀랐지 ?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집중치료실 인큐베이터에 잠깐 머물렀지만 내내 별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줘서 엄마 아빠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단다 .

2019년 8월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나와 처음 아빠 품에 안긴 김희원 아기. 김선미씨 제공
2019년 11월 외가에서 지내면서 맞은 김희원 아기의 백일잔치. 김선미씨 제공

희원이가 태어난 날이 왜 8 월 14 일인지, 재미있는 숨겨진 이야기를 살짝 들려줄게 . 엄마의 담석증 때문에 출산을 좀 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어 . 소화기내과와 산부인과 의료진들이 모여 의논 끝에 8 월 15 일을 출산일로 정하려는데 그 아픈 와중에도 엄마가 외쳤지 . “ 우리 아기 예쁜 이름으로 지어줄 건데요 . 친구들이 광복이라고 별명지어 놀리면 안돼요 . 저 꼭 14 일에 낳을 거예요 !” 그래서 초인적인 힘을 다해 너를 14 일에 낳았단다 . 그런데 산후조리원에서 담석증이 급성으로 악화되는 바람에 엄마는 출산 일주일 만에 담낭절제술을 받아야 했어. 그때도 엄마는 “ 아기 밥 주러 빨리 가야 합니다 !” 라고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하루 만에 퇴원했어 . 엄마 참 장하지 ?

이렇게 소중하게 태어난 희원이가 맞이할 처음과 모든 순간들을 아빠 엄마는 함께할 거야 . 엄마 아빠는 희원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설레고 기다려진단다 . 그 어떤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구나 . 희원이를 만난 이후 아빠 엄마의 세상은 온통 너로 가득하니까 . 이런 행복을 준 너에게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야 .

2022년 9월 한가위를 맞아 전통문화 체험학습을 위해 한복을 입고 어린이집에 가는 희원이. 김선미씨 제공
지난 9월11일 74년 만에 전면개방된 청와대로 가족 나들이를 했다. 왼쪽부터 엄마 김선미씨, 딸 희원 어린이, 아빠 김지수씨. 김선미씨 제공

희원아 . 엄마 아빠는 앞으로 살아갈 너의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 스스로를 아껴주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단단하게 성장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 알고 있니 ? 너는 그 존재 자체로 너무나 귀한 사람이란다 . 서울 할머니 , 광주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 , 숙모 모두가 한마음으로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 하루하루 가족들의 축복 속에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줘 . 살다보면 매우 힘들고 지칠 때도 있고 , 두려움이 생길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언제나 따듯한 우리 가족의 품 안으로 들어오렴 . 늘 뒤에서 너를 무한히 지지하고 , 네 편이 되어줄 가족들이 있으니 말이야 . 자신감을 갖고 기쁨이 가득한 사람으로 성장해주기 바란다 . 넌 충분히 그럴만한 존재거든 .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 희원아 . 오늘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자 !

경기도 광주/엄마 김선미·아빠 김지수

원고료를 드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온(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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