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주가 뻥튀기'..일양약품 경찰 조사에 업계 불똥 튈까 노심초사

김양혁 기자 2022. 10. 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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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 일양약품 사태 확산 우려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업체만 30곳 이상
10곳 이상 개발 포기 선언
2020년 고점 찍은 제약·바이오주 하향세 지속
법정공방 나선 소액주주.."옥석 가려야"
충북 음성의 일양약품 백신공장. /일양약품

일양약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연구 결과를 부풀려 주가를 띄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업계는 수사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2020년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이후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든 기업만 30곳이 넘는다. 이 중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과 셀트리온의 치료제가 유일하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경영진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고점에서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겼는지 여부다. 제약·바이오주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테마주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증가까지 더해져 코로나19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잦아들면서 거품이 걷히자 제약·바이오주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반면 일부 회사 경영진은 급격하게 오른 회사 주식을 팔아 치워 큰 차익을 얻어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일부 기업은 소액주주의 소송 제기로 법정공방에 직면하기도 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일양약품 사태 확산 우려…코로나19 타고 훨훨 날던 제약株 ‘휘청’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약업계를 종합하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국내 업체는 30곳 이상으로 파악된다.

이날 기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업체는 GC녹십자, 일양약품, 부광약품,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셀트리온을 비롯, HK이노엔, 제넥신, 종근당, 큐리언트까지 10곳이 넘는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일양약품의 경찰 수사가 주식거래로 손실을 입은 주주들의 고소장 접수로 시작된 만큼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 계획을 밝혔다가 중단한 업체들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제약·바이오·건강기능 산업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의약품 라벨 검사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실제 2020년 코로나19를 타고 훨훨 날았던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주가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지속 하향세다.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일양약품의 경우 2020년 7월 10만원대까지 치솟았는데, 이날 기준 1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선언했다가 중단한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제넥신은 2020년 8월 27일 19만300원을 정점을 찍은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현재 2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부광약품 역시 2020년 4월 4만원대로 고점을 찍었지만, 현재 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종근당은 2020년 12월 26만원대까지 올랐는데, 현재 7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도 2020년 1만4000원을 찍은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며 현재 3000원선까지 떨어졌다.

셀트리온도 2020년 38만원대까지 상승했다가 현재 17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HK이노엔은 공모가(5만9000원)보다 높은 시초가 6만8100만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10월 8만300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3만원대에 그친다.

서울 대방동 부광약품 본사 전경. /부광약품

◇'경영진만 차익’ 제약·바이오 소액주주 소송…“장기 관점에서 옥석 가려야”

일양약품 측은 정도언 회장 일가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게 아니냐는 질의와 주식 매도 배경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만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일양약품과 같이 회사 오너 일가나 경영진이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기는 사례가 다수 있어 왔다. 2020년 부광약품 대주주인 정창수 부회장은 지분 3.98%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당시 1009억원 규모였다. 신일제약 오너 일가는 같은 해 7월 100억원이 넘는 지분을 처분했다. 오너 일가의 주식 처분 이후 회사 주가는 휘청였다.

소액주주들과 법정 공방을 벌이는 기업들도 있다. 올해 2월 부광약품 소액주주들은 김동연 회장 일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포기 선언 이전 주식을 대량 매도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떠넘겼다는 취지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부광약품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포기 발표와 주식 매도 시점은 3개월가량 시차가 있다””라며 “개발 과정에 대한 결과 역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시점이었다”라고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출신 투자 업계 관계자는 “올해 투자한 4~5곳의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왔는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내년 이후로 모두 미뤄둔 상태”라며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거품이 빠지며 옥석을 가려야 하는 시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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