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복귀한 팀장에 팀원 발령.."정당" 대법원 판결 이유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곽용희 입력 2022. 10. 3. 11:06 수정 2022. 10. 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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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복귀 후 낮은 직급 발령..정반대 대법 판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직원의 업무나 처우 등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엄연한 위법 사항이다. 

이 법 19조 3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4항은 ‘육아휴직을 마친 후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길게는 수년, 짧게는 몇개월의 공백이 발생하는 기간 동안, 회사도 이를 메우기 위해 여러 조치를 하게 된다. 때문에 예전과 완전히 동일한 직급이나 직무를 보장해 주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육아휴직 기간동안 일을 도맡아 온 다른 직원들의 눈치도 있다.  

이런 경우 어떤 기준으로 직급이나 처우를 정해줘야 할까. 이를 둘러싸고 정반대 결론의 대법원 판결이 연이어 나와 눈길을 끈다.  

◆육아휴직 복귀한 팀장에 팀원 발령 낸 회사

근로자 A씨는 2002년 N유업 광고팀에 입사했고 이후 2008년에는 광고팀장으로 승진했다.

A씨는 2015년 12월부터 약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2016년 말 복직했지만, 회사는 A에게 곧바로 보직을 부여하지 않았다.

A씨는 예전처럼 광고팀장으로 근무시켜 요구했지만, 회사는 되레 광고팀원으로 발령 내고 타 회사 광고 기사를 확인하는 단순 업무를 부여하거나 홍보전략실 책상에 자리를 배치하기도 했다. 다만 급여는 팀장 시절과 별 차이가 없었다. 

A는 부당인사발령이라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중노위가 회사의 손을 들어주자 A는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회사의 A에 대한 처우가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는 부당 전보라고 봤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회사가 2012년부터 좋지 않았던 A씨의 인사평가를 바탕으로 인사 발령을 낸 것일뿐, 육아휴직을 이유로 인사를 낸 게 아니기 때문에 부당하지 않다고 봤다

A씨가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수년 전부터 특별협의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2012년부터 4년간 다면평가에서 D와 C를 넘나들고 있었다. 이에 인사팀장도 A씨와 업무협조가 안된다는 영업부서의 의견을 전달해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A도 다면평가가 나쁘고 다른 부서의 불만이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2012년부터 이미 계속 대상자에 선정된 점에 비추면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복귀 후 낮은 직급 발령은 '부당'

정반대로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직원을 전보다 불리한 직무에서 일하도록 인사발령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도 최근 나왔다. 

대법원 2부는 지난 7월 L쇼핑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직원 B씨에 대한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B씨는 1999년 L마트에 입사해 전국 지점에서 근무하다 2011년 대리로 승진한 후 곧 '발탁매니저'가 됐다. 이 회사에선 통상 과장 이상이 ‘매니저’를 맡는데, 인력 사정에 따라 대리가 매니저 업무를 담당하는 ‘발탁매니저’ 제도를 운영했다.

발탁매니저는 업무추진비 월15만원과 사택수당 월5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B씨는 2015년 6월 1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이듬해 2월 예정보다 빠르게 복직을 신청했으나, 롯데쇼핑은 ‘대체근무자가 이미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며 B씨를 낮은 직급인 식품파트 영업담당으로 인사발령했다.

이에 B씨는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했고 노동위가 B씨의 손을 들어주자, L쇼핑은 2017년 1월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L쇼핑 측 손을 들어줬다. 발탁매니저는 임시직책일 뿐이므로 부여 받지 못했다고 해서 불이익이 아니고, 업무추진비와 사택수당도 임금에 해당하지 않아 B가 육아휴직 전에 비해 임금이 줄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B씨가 휴직 전 맡았던 매니저 업무와 복귀 후 맡게 된 영업담당 업무는 성격과 내용, 범위 및 권한, 책임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매니저는 매장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인사평가 권한이 있는 점, 전체 매니저 직책 중 절반 가량을 발탁매니저가 수행하는 점 등을 들어 "발탁매니저 직책을 임시직책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법원, 육아휴직 복귀 직원 처우 변경에 '엄격'

비슷한 사실관계인데도 두 대법원 사건의 결론이 다른 이유는 결국 팀원 발령에 '정당한 이유'를 입증했는지에서 갈렸다.  

다만 기본적으로 우리 대법원은 "휴직기간 중 발생한 조직체계나 근로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사업주가 ‘같은 업무’로 복귀시키는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켜도,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엄격히 보고 있다.

단순히 육아 휴직 전과 같은 임금을 보장해 준다고 불이익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당연히 더 낮은 직급을 주거나 완전히 다른 업무를 부여하는 경우엔 정당성을 인정 받기 어렵다.

회사가 "육아휴직 하는 동안 업무 조정 등이 되면서 불가피하게 일부 직무나 처우가 변경됐다"고 주장해도 법원은 △조직의 재편 등으로 인해 다른 직무를 부여할 필요성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 불이익이 있는지 여부 △대체 직무를 하게 됨에 따라 업무·생활상 이익이 박탈되는지 여부 △휴직 또는 복직 전에 사전 협의 기타 필요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육아휴직 이후 복귀한 경우 종전과 완전히 동일한 직무를 부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유연하게 법 적용을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기존에 하던 업무와 전혀 그 성격이 다른 업무를 부여하면, 부당한 인사발령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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