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어 증시도 '거래절벽'..9월 거래대금 작년의 반토막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규모 7.7조원으로 45% 감소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있다. 주가가 급락하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69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의 14조614억원과 비교하면 45.27% 줄어든 수치다.

올해 1월 11조2827억원으로 시작했던 일평균 코스피 거래대금은 4월 10조8667억원, 5월 9조5589억원, 6월 8조9092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7월에는 7조2463억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후 3개월 연속 7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6일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5조4762억원까지 줄어 올들어 가장 적은 규모에 그쳤다.

코스닥시장의 거래 수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코스닥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19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3.09% 줄었다. 올해 1월 9조3682억원이었던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지난 4월 7조원대 수준으로 감소했고, 7월부터는 줄곧 6조원 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전월 대비 각각 0.84%, 0.43% 반등하며 거래 대금도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곧바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30일 코스피지수는 2155.49에 거래를 마치며 8월 말(2472.05)보다 12.80% 떨어졌다. 이날 종가는 2020년 7월 10일(2150.25)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장중에는 2134.77까지 내려가며 지난달 28일 기록했던 장중 연저점(2151.60)을 새로 쓰기도 했다.

같은 날 코스닥지수는 8월 말(807.04) 대비 16.65% 밀린 672.04로 마감하며 더욱 큰 낙폭을 보였다. 종가 기준 2020년 5월 7일(668.17) 이후 최저치고, 장중에도 연저점(661.65)을 경신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행보를 보이자 국내 증시도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이달 0.50%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것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달러 강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점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13년 6개월여 만에 144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당장 거시 경제 환경을 바꿀 특별한 요인이 없는 만큼 국내 증시는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억누르는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경기침체에 점점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가 반등 시도가 있더라도 지속성과 신뢰도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며 "인플레이션은 하향 안정화될 것이지만, 연준이 설정한 기준이 다소 높아 정책 기조가 연내 변화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자산 배분 측면에서 주식보다 채권을 상대적으로 선호한다"며 "주식은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투자 지역을 다변화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시장에 영향을 미쳤던 비우호적인 여건이 10월에도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며 "연말로 갈수록 연준 금리 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실물경제와 자금시장에 조금씩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11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미국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어 부담"이라며 "이달 말로 갈수록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정치적인 이슈가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