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1세기 거북선 MPC..팹리스산업 발전시켜 소득 10만불 시대 열자

이효승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운영위원장(네오와인 대표) 2022. 10. 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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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디넷코리아=이효승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운영위원장(네오와인 대표))최근 한국 경제가 환율급등, 경상수지 적자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불황일수록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긴 호흡을 갖고 지금 씨를 뿌리고 투자해야 우리 후손이 누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가 정체된 상황에서 한국 팹리스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한단계 더 도약시켰으면 하는 염원에서 아래와 같은 방안을 제시해본다. 

이 방안이 성공하면 나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장기적으로 10만달러 이상도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1년 기준 세계 1인당 GDP는 룩셈부르크가 13만6700달러로 1위고 미국은 6만9230달러로 6위, 우리나라는 3만4800달러로 30위, 대만이 3만3700달러로 32위다.

한국 메모리 산업 성공: 대한민국 개국이래 최대의 성공사업이 나는 메모리 반도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에서 제조한 제품 중 세계시장 점유율 70%를 갖는 것은 D램(DRAM) 한 종류다.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NAND) 메모리는 48%다. D램은 산업의 쌀로 거의 모든 고급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낸드 메모리도 컴퓨터의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SSD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매출은 2021년 2400억 달러로 TSMC의 560억 달러에 비해 4배이상 많다.

한국과 대만의 파운드리 격차: 그럼에도 TSMC의 시가총액은 3789억 달러로 삼성전자의 2526억 달러를 넘어섰다(2022.09.28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이 TSMC에 비해 5배 정도인 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보다 1.5배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것은 파운드리 사업 성공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6.3% 로 TSMC 53.4% 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앞선 미세공정 기술이 넘어야 할 현실: 최근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nm) 공정에서 TSMC보다 앞서 있다고 발표했다. 아무리 미세공정에서 앞서 있어도 생산 결정은 고객이 하는 것이다. 애플과 하이실리콘,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인텔, 미디어텍 같은 엄청난 팹리스 기업이 TSMC의 주고객이다. 반면에 삼성은 엔비디아의 GPU가 TSMC로 생산을 이전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의 인당 GDP 역전: TSMC의 선전 덕분으로 19년 만에 대만의 인당 GDP 가 한국을 넘어서고 있다. 도대체 온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이 왜 대만 TSMC의 65% 수준일까? 삼성이 파운드리 비지니스를 보강하면 이 격차는 줄어들까?

TSMC 성공요인: TSMC의 성공요인은 팹리스 산업과 긴밀한 연관관계에 있다. 팹리스 산업은 시스템반도체 라고도 하는데 D램과 낸드 메모리 산업이 1665억 달러인데 반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4893억 달러 규모로 3배나 더 크다. TSMC는 초기부터 대만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익성과 상관없이 MPW 전용 라인을 운영할 정도로 IP 유치 및 중소규모 팹리스를 고객사로 우대했다. TSMC는 14nm 미만의 미세공정 뿐 아니라 28nm~180nm 부분의 전통적인 레거시 공정에서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28나노 이상의 레거시 공정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10% 정도이다. TSMC는 전통적으로 감가상각이 끝난 공정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TSMC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

팹리스 중요성: 2000년대 초 한국과 일본이 감시용 카메라(CCTV) 와 녹화저장장치(DVR)의 전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할 때가 있었다. 그 무렵 중국에서 화웨이 지원을 받는 하이실리콘이 DVR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스템반도체는 20년전 당시에는 미세공정이었던 90나노나 65나노로 개발하려면 50억~100억 수준의 개발비가 소요됐다. 그때 우리나라 DVR과 CCTV를 개발하는 중소 반도체 회사는 이 개발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반도체는 하이실리콘이 독식하게 됐다. 

그 결과 2025년 추산 887억 달러의 비디오 감시장치 시장에 공급하는 장비를 중국이 90% 이상 독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금으로 보면 얼마 안되는 개발비를 조달할 수 없어 2025년 130조원으로 커질 시장을 모두 중국에 주게 된 상황이 됐다. 

최근에는 미국 견제로 중국산 반도체가 들어간 IP 네트워크 카메라가 미국 주요 시설에는 설치할 수 없지만 한국 감시장비나 비디오 시장에는 거의 중국산으로 설치가 되는 상황이 됐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아이닉스, 디코드, 한화테크윈 등 IP 카메라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지만 2000년 당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전세계의 비디오 카메라 시장 대부분을 중국에 내주게 된 것은 뼈아픈 일이다.

중국이 10년간 반도체 산업에 1조위엔을 투자하고 기축 통화국인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회사에 지원하는 규모도 어마어마 하다. 이런 상황에 팹리스 산업을 시장경제에 맡겨 경쟁이 안되면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다. 강원도에 북한군이 쳐들어 오면 강원도민이 자제적으로 일어나 막아야 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팹리스산업은 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 가는 첨병이고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팹리스 산업을 놓치면 산업 전부가 쇠퇴한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운영위원장

새로운 기회: 지금 세상이 바뀌고 있다. 팹리스업계는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14나노 부근에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게 됐다. 또한 삼성은 3nm 미세공정을 셋업 했고 당장 IP 부족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부족한 IP 문제도 개발에 따라 차차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인공지능 반도체는 최근에 등장한 산업군으로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사람이 할 일을 예전에는 워낙 복잡해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 했다. 그러나 최근 딥러닝 기술 발달로 왠만한 일들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사람의 인건비를 절약하고 대체할 수 있게 됐다.

21세기 거북선 MPC: 이순신 장군이 해전에서 승리한 것은 뛰어난 지략도 있지만 그 전략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화포와 거북선 같은 신무기가 있어 가능했다. 팹리스 반도체 전쟁도 MPC 와 같은 신개념을 도입하면 세계시장점유율을 메모리 급으로 올릴 수 있다. MPC란 Multi Project Chip 약자로서 MPW(Multi Project Wafer) 와 비슷하면서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MPC vs MPW: MPC 와 MPW는 여러 회사가 참여하는 것은 같지만 시양산(Pre-Production)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MPW는 한 장의 웨이퍼에 여러 회사 반도체가 들어가는 구조인 반면 MPC는 한 장의 웨이퍼에 여러 회사의 설계물이 한 개의 칩으로 들어가게 된다. 즉 MPW는 시양산의 효율이 낮지만(100~200개/웨이퍼 고정) MPC는 시양산의 효율이 일반 양산용 싱글 런(Single Run) 수준(몇백~몇천개/웨이퍼)으로 높다. 시양산의 효율이 높다는 것은 시장의 반응을 여러 고객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뢰성 검사를 본 양산 전에 확인할 수 있어 기술적, 영업적 측면에서 MPC에 참여하는 회사 입장에서 매우 선호하는 방법일 수 밖에 없다.

AI반도체 보다 중요한 것: 정부와 팹리스 개발 회사의 많은 착각은 반도체 시제품 개발을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작하는 시제품 개발은 개발의 시작도 안한 것이다. 진정한 개발은 여러차례의 리비젼과 시장에서 10~100 만개 정도의 제품을 내서 소비자 반응과 영업라인을 구축해야 하며 홍보 과정에서 AI 반도체의 규격이 변경되야 할 일도 많다. 시제품 동작은 일의 난이도로 보면 3분의 1 정도다. 나머지 3분의 2 시간과 비용을 AI 반도체 응용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판교에서 ‘AI반도체 스케일업 네트워크 발대식’을 개최한 점은 매우 의미가 있다. AI반도체 수요자·공급자·연구자로 구성한 협의체인 이 네트워크가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는 국내 AI반도체의 초기 수요를 창출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주었으면 한다. 

생각해 보면 AI반도체가 사회, 경제, 문화, 정치적으로 파급되는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AI반도체가 자율주행을 하고 농사를 짓고 가사노동, 편의점 알바, 음식점 서빙, 요리, 택배, 국방, 실버 산업 등 서버산업에서 에지 용 반도체로 파급될 효과는 매우 크다. 이런 완성품 시장을 공략하고 AI 반도체를 개량하는 사업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기술이다.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성공이 D램과 메모리 산업 이었다면 우리 미래세대에게 진정한 삶의 여유는 MPC 개발 방식을 탑재한 AI반도체와 완제품 개발이 아닐까 한다.

이효승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운영위원장(네오와인 대표)(godinus@neow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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