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면 봐도 못 따라와" 韓 조선 부활시킨 LNG운반선의 비밀[르포]

영암(전남)=김도현 기자 2022. 10. 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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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김도현 기자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핵심은 화물창입니다. 설계 원천기술은 프랑스 GTT(Gaztranport & Technigaz)가 갖고 있지만 설비기술은 단연 우리나라가 최고입니다. 같은 설계도면을 보고 시공해도 한국을 따라올 수 없는 겁니다. 국내 3사만이 경쟁한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바로 이 시공 기술 덕분입니다."(조상선 현대삼호중공업 멤브레인공사부 책임)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일감절벽을 우려하던 조선업계가 다시 바쁘게 뛰고 있다. 단순 수주량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영업을 가능하게 한 주역도 바로 LNG운반선이다.

지난달 28일 머니투데이가 찾은 영암 조선소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더불어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LNG운반선을 건조하는 핵심 기지다. 앞서 주문된 선박들이 진수된 뒤 빈자리를 최근 집중적으로 수주한 LNG운반선들이 속속 채우고 있다. 2026년 일감까지 이미 확보를 마무리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건조되고 있는 LNG운반선에 올라섰다. 그리스 알파가스(ALPHA GAS)사가 주문한 3척의 LNG운반선 가운데 첫 번째로 건조되는 선박이다. 주요 화물창 건조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며, 초저온 액체 저장을 위한 피막을 설치하는 멤브레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내년 4월 진수돼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인 선박이다.

도크와 선박을 연결하는 철제사다리를 통해 화물창 내부로 들어섰다. 선박 내부와 통하는 통로 입구에서 에어건을 통해 옷과 신발에 묻는 흙먼지들을 모두 털어냈다. 영하 192도 이하의 액체 상체 상태인 LNG가 실려야 하는 화물창인 만큼 건조 단계서부터 내부 오염을 막기 위해 부던히도 애를 썼다.

내부에 들어서자 흡사 대형 빌딩 건설현장에 들어선 느낌이다. 바닥만 1200㎡(약 360평)에 달했다. 높이는 아파트 10층 수준(약 30m)이다. 이곳 화물창에만 5만여톤의 LNG를 실을 수 있다. 이 선박은 이러한 규모의 화물창 3기를 탑재한다. 여기에 폭이 좁은 선수엔 소형 화물창을 배치한다. 총 4개 화물창을 탑재하는 선박의 LNG 운반량은 17만4000톤에 달한다.

LNG운반선 화물창 내부. 사진의 바닥면은 전체 화물창의 중간부에 설치됐다. 이 선박에는 이 같은 규모의 화물창 3기, 절반정도 크기의 화물창 1기 총 4기의 화물창이 탑재된다. 1회 운송 가능한 LNG량은 17만4000톤이다. /사진=김도현 기자


현장을 안내한 조상선 현대삼호중공업 멤브레인공사부 책임은 극저온 상태서 액화·보관된 LNG가 끊임없이 기체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이를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영하 196도 이하를 버틸 수 있는 초고성능 후판으로 만든 스테인레스 주름판으로 가장 바깥을 감싸고 방열우레탄폼으로 한번 더 감싼다. 유리섬유 막으로 후처리까지 하면 화물창 건조작업이 끝난다.

바로 이 감싸는 작업에 경쟁국은 쫓아올 수 없는 한국 만의 강점이 숨어있다. 안정적인 LNG 수송을 위해 필수적인 화물창을 GTT의 설계대로 제작해도 시공 능력에서 경쟁국과 차이를 보이게 된다. 조 차장은 "현대삼호중공업의 핵심은 용접기술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얇지도 두껍지도 않게 화물창 전체 이음매가 동일한 강도를 지닐 수 있게 자동화 설비를 구축했다. 실제로 이날 화물창 한곳에서 작동하고 있는 자동화 용접 설비를 볼 수 있었다. 벽면을 따라 이동해가며 용접을 반복했다. 관리자는 기계가 작동하는지를 살필 뿐이다. 과거에는 용접작업 전체를 사람의 손으로 해야 했다. 고숙련의 작업자가 투입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으나, 고성능 용접을 전문으로 하는 로봇이 맡은 뒤로는 선박 건조 기간도 짧아지게 됐다.

조 책임은 "보냉이 잘돼야 자연적으로 기화하는 LNG 양을 줄일 수 있고 안정적으로 수송도 할 수 있다"면서 "자동으로 추적 용접이 가능한 장비의 경우 LNG운반선 경쟁상대인 국내 기업들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준이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냉 작업은 화물의 안정적인 수송뿐 아니라 선박 본체가 극저온에 노출돼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안정적인 숙련공을 다수 보유하고 고품질의 숙련 노하우를 축적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고 수준의 LNG운반선을 건조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계는 1척당 100억원 상당의 로열티를 줄이기 위해 국책사업으로 한국형 LNG 화물창 개발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한국형 화물창 기술 개발을 완료하면 조선사의 수익성 개선과 건조 비용 감소에 따른 수주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자동화 설비 /사진=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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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전남)=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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