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파킨슨병 환자, 집에서 레이더로 진단한다
신약·치료 효과 검증도 빨라져
파킨슨병 환자의 상태를 일상 속에서 항상 추적할 수 있는 가정용 레이더 장치가 개발됐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병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치료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어 신약과 새로운 치료법 개발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 걸음걸이 분석하는 레이더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전기컴퓨터공학과의 다이나 카타비 교수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파킨슨병 환자의 상태를 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레이더 장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근육의 무의식적인 운동을 담당하는 뇌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손발이 떨리고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는 등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지만, 현재로선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만 있고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는 상태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대도시에 있는 병원에 가기 힘든 데 주목했다. 미국의 파킨슨 환자 중 전문의 진료를 받지 못하는 비율이 40%나 된다. 병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제때 확인을 하지 못하니 치료도 힘들어진다.
MIT 연구진이 개발한 장비는 무선 중계기 크기지만 출력은 1000분의 1이다. 연구진은 “우리 장비는 일종의 저출력 가정용 인간 레이더”라고 설명했다. 이 장비가 저출력 전파를 쏘면 벽과 사물을 뚫고 지나가지만, 대부분 물로 구성된 사람 몸에서는 반사된다.
장비는 인체에서 반사되는 전파를 포착해 아마존 클라우드(가상 서버)로 보낸다. 인공지능(AI)은 반사파로 환자의 보행 속도와 경로를 감지해 병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약물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다. 연구진은 레이더 장치로 수개월 동안 파킨슨병 환자 34명과 일반인 16명의 거동을 분석했다. 반사파로 확인한 보행 속도는 병원에서 하는 파킨슨병 진단 표준 시험의 점수와 상관 관계가 있었다. 가정용 레이더로도 병원과 같은 진단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병세의 진행 속도를 판정하는 데에는 레이더 장치가 더 나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치료제 복용으로 인해 보행 속도가 변하는 것도 감지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앞으로 환자 수를 더 늘려 인공지능 진단 알고리듬을 더 발전시키겠다”면서 “보행 속도 뿐 아니라 보폭과 팔 흔들림이나 수면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잠자는 동안 호흡으로도 병세 확인 가능
앞서 카타비 교수는 지난 8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파킨슨병 환자의 수면 상태를 분석하는 장비도 발표했다.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 발견했는데, 그때부터 손발 떨림과 함께 수면 장애도 동반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연구진은 같은 레이더 장비로 저출력 전파를 발생시켜 파킨슨병 환자가 잠을 자는 동안 호흡 상태를 감지했다. 환자가 숨을 쉴 때 몸이 움직이는 형태에 따라 전파가 반사되는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반사파를 분석해 파킨슨병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낸다.
같은 방법으로 미국 각지의 병원과 수면 연구실에서 센서 장치로 수집한 7600여명의 수면 형태를 분석했다. 그중 757명이 파킨슨병 환자였다. 레이더 장비와 반사파 자료로 훈련받은 인공지능은 파킨슨병 환자를 80% 정확도로 가려냈으며, 정상인 구별은 82% 정확도를 보였다.
파킨슨병 환자는 미국에서만 100만명이 넘는다. 세계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영화 ‘백투더퓨처’로 유명한 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도 파킨슨병에 걸렸다.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한 해 519억 달러(약 74조 8000억원)나 된다. 카타비 교수는 “환자가 집에서 평소처럼 생활하면서 보행이나 수면 상태로 병세나 치료 효과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으면 신약 개발과 치료도 더 빨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이클 제이 폭스는 불과 30세에 손이 떨리기 시작해 결국 40세가 되기 전에 배우 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세워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연구도 마이클 제이 폭스 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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