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도 명장] '아이디어가 곧 품질향상' 한국동서발전 최효섭 팀장

김근주 2022. 10.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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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으로선 드물게 국가품질명장 등재..3년간 250여 건 제안
"명장 있으면 혁신 쉽고, 사고 줄어들어..지원 늘리고 더 배출돼야"

[※ 편집자 주 = 울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산업 수도'입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업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명장과 장인들이 경제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제 4차 산업 시대라고 합니다. 현장이 자동화하고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연합뉴스는 그동안 기술 개발과 경제 발전을 위해 묵묵히 산업현장을 지켜온 울산 지역 명장과 장인들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매월 첫째 월요일에 송고합니다.]

국가품질명장 한국동서발전 최효섭 팀장 [촬영 김근주]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괜히 긁어서 부스럼 만든다는 소리도 때때로 들었지요. 하지만 현장을 조금이라도 바꿔 보려는 아이디어가 계속 나와야 비용을 아끼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경영지원실에 근무하는 최효섭(56) 팀장은 현장 개선 아이디어로 2020년 품질 분야 최고 영예인 국가품질명장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명장'이라고 하면 주조, 배관 등 제조와 직접 관련한 단어를 떠올리기 마련인 것처럼 기술직이 아닌 사무직이 국가품질명장에 오른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실제 울산에서 현재 활동 중인 국가품질명장 중에서 현장 지원 분야는 최 팀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팀장은 현장 곳곳에서 발생한 문제의 현상을 진단하고 원인을 찾아 개선 방안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구내식당 운영 개선 방향에서부터 유휴 저장탱크 활용 방안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그가 처음부터 현장 개선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1995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한 그는 영업, 고객봉사실, 해외사업처, 노사 업무 부서 등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한전 그룹사인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로 오게 됐다.

울산발전본부에 와서 보니, 당시 발전기를 돌릴 때 쓰는 유류(기동류)인 보일러 등유 500t가량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이 확인돼 전임자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탱크 내 저장돼 있기 때문에 외부인이 들어와서 빼갈 수는 없는 구조라서 도대체 어디로 보일러 등유가 간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감사팀까지 투입됐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했고, 결국 전임자가 책임을 지고 퇴직금을 내놓아야 할 처지가 됐다.

새롭게 연료 담당을 맡게 된 최 팀장은 우선, 보일러 등유 탱크 밸브를 잠그고 유위(기름 높이)를 확인해 매일 작성하도록 부하 직원에게 지시했다.

한 달가량 데이터를 보니, 변화가 없어야 할 유위가 날씨와 기온에 따라 약간 올랐다가 내리기를 반복했고, 측정 첫날과 마지막 날을 비교하니 저장량이 꽤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최 팀장은 어딘가에서 보일러 등유가 새고 있다고 확신했고, 접속 배관 등을 열어보니, 밸브가 잠겨 있는데도 기름이 유출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밸브에 작은 유격이 생겨서 4∼5년가량 조금씩 계속 유출된 것이 500t 정도 된 것이다.

해당 밸브를 교체하자 더는 사라지는 보일러 등유는 없었고, 전임자 역시 부담을 덜었다.

최 팀장은 이 경험을 한 이후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어려움을 찾아내고 개선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냈다.

한 번은 바이오중류를 저장할 탱크가 없어, 회사가 고민이 쌓였는데, 최 팀장은 탈황 설비 고장 시 투입되는 저유황유 비축 탱크를 바이오중류 탱크로 활용할 것을 제안해 해결했다.

바이오중류도 황 성분이 낮아 유사시에 저유황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국가품질명장 한국동서발전 최효섭 팀장 [촬영 김근주]

그는 "탱크 하나를 빌려 쓰려면 월 2억원, 새로 지으려면 최소 50억원은 드는데 이미 있는 탱크를 활용해 비용을 아낀 셈이다"며 "현장 개선 아이디어라는 것은 그 내용을 들어보면 의외로 단순한데, 큰 성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자재 창고 중량물 보관 방법 개선, 사택에 급속전기차 충전기 설치, 재산종합보험을 활용한 풍수해 복구 예산 확보, 유휴 부지 주차장 활용, 구내식당 대기 시간 축소 방안 등 최근 3년간 최 팀장이 제안한 아이디어와 실행 방안만 250건이 넘는다.

울산발전본부에서 만난 최 팀장은 3일 "현장 개선은 익숙한 것에서 탈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고, 아쉬운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며 "하지만, 제안이 점점 실행돼 회사가 나아지는 것을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4년 후 정년퇴직하는 최 팀장은 많은 후배가 명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는 "필요하지만 어려운 것이 혁신인데, 명장이 있으면 이 혁신을 쉽게 할 수 있다"며 "명장이 1명만 있어도 그 현장은 사고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명장들이 더 많이 배출되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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