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만 없어져도 유기견 절반 줄어..왜냐면"[최기자의 동행]

최서윤 기자 2022. 10.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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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강 보호소에 개농장 개들 입소..봉사활동 진행
경기도수의사회와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은 18일 경기 용인시 내 행강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용인=뉴스1) 최서윤 기자 = "개농장만 없어져도 유기견 절반 이상은 줄어요."

박운선 동물보호단체 행강(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 대표의 말이다.

지난달 18일 경기 용인시 행강 동물보호소에서 만난 박 대표는 유기견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을 식용견 농장의 개들과 실외견(일명 마당개)이라고 주장했다.

때마침 이날 행강 동물보호소에는 최근 경기 이천시의 한 개농장에서 데려온 70여마리의 개들이 입소해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개들이 보호소에 들어오다 보니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다.

다행히 경기도수의사회(회장 이성식)와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단장 윤성창)이 흔쾌히 봉사에 나서며 도움을 줬다.

경기도수의사회와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은 18일 경기 용인시 내 행강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시보호소 입소한 개들의 상당수는 실외견"

박 대표는 "지자체 보호소를 가보면 흔히 말하는 품종견은 30%가 안 된다"며 "70% 이상이 진돗개 혼종을 포함한 중대형견들"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실유기동물보호소에는 실외에서 생활한 중대형견들이 많다.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관리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유실유기동물은 11만7074건이다. 이 가운데 개가 8만4212건(약 72%)으로 나타났다.

개 중에서도 혼종견은 6만2625건으로 약 74%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품종의 오류를 감안했을 때 혼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 보호소에 이같이 혼종견과 중대형견이 많은 이유는 국내 개 사육 문화와 관련이 있다. 시골이나 공장에서 키우는 실외견들이 많고 개식용 문화가 남아 있어서다.

대문이 없는 주택 또는 공장에서는 개들을 마당에 묶어두거나 반대로 풀어놓고 키우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개들끼리 교배를 하고 한번에 5~6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예전에는 지인에게 강아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책임감이 강조되다 보니 선물하는 일이 줄었다. 개식용 문화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개들을 파는 일도 적어졌다. 장터에서 개들을 판매하는 행위도 할 수 없게 되면서 이래저래 애물단지가 된 개들이 유기견이 되는 것이다.

경기도수의사회와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은 18일 경기 용인시 내 행강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실외견들은 동물등록이나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견주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새끼들이 태어난다. 새끼 강아지들은 자연스럽게 사냥 본능을 가진 채 야생에서 자라고 들개화가 되기도 한다.

들개화된 개들은 몰려다니면서 농작물을 망치거나 길고양이 등 소동물, 심지어 사람을 물 우려가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지자체에 포획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와 부모견과 새끼들이 한번에 6~7마리씩 보호소로 들어가기도 한다.

특히 개농장이 폐쇄되거나 동물단체의 신고를 받은 농장의 개들이 지자체나 사설 보호소에 입소하기도 해 유기견의 숫자가 늘어나는데 영향을 미친다.

박 대표는 "개농장이 없어져야 식용견도 줄어들고 유기견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개식용 종식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수의사회와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은 18일 경기 용인시 내 행강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갈 곳 없는 개농장 개들…문화 바뀌어야"

정부가 불법 개농장을 쉽게 없애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개들을 보호할 장소와 인력이 없어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공동주택(아파트) 문화다 보니 대형견들의 입양이 쉽지 않다. 개들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입양률은 낮은 것이 현실이다.

개농장 폐쇄를 주장하는 동물보호단체들도 행강처럼 개농장의 개 수십마리를 실제 구조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례로 개농장의 개가 사람을 물어 죽게 해 세상이 떠들썩했을 때 살인견을 살리자고 한 A단체는 정작 농장에 있던 개들은 40여마리 중 단 4마리만 데려가 빈축을 산 바 있다. 개농장을 급습한 B단체는 보호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안락사가 시행되는 지자체 위탁보호소에 개들을 보내 논란이 됐다.

개농장 종사자들을 '악당'이나 '개백정'이라고 무작정 비난만 할 수도 없다. 그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농장주 중에서도 폐쇄를 원하지만 대안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HSI와 같은 단체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전업을 돕는다.

행강 또한 이번에 농장 개들을 실제 구조하고 관리하면서 입양을 보낼 계획이다.

경기도수의사회와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은 18일 경기 용인시 내 행강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이날 봉사에서 수의사들은 도사견과 같은 대형견들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이미 입소해 있는 개들을 위해 예방접종도 했다.

연예인과 훈련사, 미용사 등으로 구성된 블루엔젤봉사단원들은 겨울나기를 위한 견사 모래 교체와 청소를 하고 사료와 간식을 지원했다. 배우 김채연과 김사희, 모델 이미선 등은 개들의 입양홍보를 도왔다.

봉사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하루빨리 개식용 문화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었다. 문화가 바뀌기를 바라는 여러 사람이 개농장주의 전업을 돕고 개들의 입양을 위해 적극 나선다면 머지 않아 바뀔 수도 있어 보였다.

배우 고원희는 "개식용 문화가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저 또한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데 특히 노견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평생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책임지고 끝까지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우 김가은도 "개농장의 개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면 관련 시설이 없어져야 한다는데 동의할 것"이라며 "저는 유기견카페에서 강아지를 입양했다. 동물을 가족으로 맞을 예정이라면 사랑으로 입양해 달라"고 말했다.

경기도수의사회와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은 18일 경기 용인시 내 행강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경기도수의사회와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은 18일 경기 용인시 내 행강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경기도수의사회와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은 18일 경기 용인시 내 행강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경기도수의사회와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은 18일 경기 용인시 내 행강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및 환경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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