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 긴축 고삐 죄는 美, 돈 푸는 英..혼란스러워도 고용·경기지표는 살펴야

노자운 기자 2022. 10.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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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신형 '아이폰' 증산 계획 철회로 경기침체 불안감
미국 9월 고용지표 확인 필요

지난주(9월 26~30일) 우리 주식시장은 6월 폭락장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코스피지수는 월요일(26일)부터 3% 넘게 급락하더니 수요일(28일)에는 2.5% 떨어지며 2200선 밑으로 추락했고, 결국 연저점(2134.77)을 경신하며 일주일을 마감했다.

국내외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제는 개인 투자자들까지 ‘패닉셀링(공황매도)’에 나섰다. 개인은 특히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내준 이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매도세를 늘렸다. 29~30일 이틀 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4300억원어치를 내던졌다.

공포에 빠진 개미들이 특히 ‘국민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량 매도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개인은 29~30일 이틀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794억원어치 팔았다. SK하이닉스는 833억원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 두 종목을 대거 사들이며 외국인의 매도세에 맞서온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9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의 모습. /뉴스1

10월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도하는 통화 긴축이 주가지수의 상단을 짓누를 전망이다. 동시에 애플의 신형 ‘아이폰’ 증산 계획 철회가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감을 키우고 있으며, 이 같은 우려는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올 수록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영란은행(BOE)이 미국과 상반된 완화적 정책을 추진하며 인플레이션 통제에서 한 발 더 멀어졌다는 점 역시 매크로(거시) 환경의 불확실성과 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번주(10월 4~7일) 우리 증시는 개천절을 맞아 하루 쉬고 4일 개장한다. 환율과 각국 통화 정책의 추이를 주시하는 한편 미국의 9월 고용지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고용의 개선 속도가 기대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나면,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9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와 중국의 9월 차이신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어느 정도 진행돼가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 폭주하는 ‘킹달러’ 속 엇갈린 美-英 행보

NH투자증권은 이번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1350~146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지난주 1440원을 넘으며 연고점을 경신한 만큼, 이제는 언제 1500원을 돌파할 지가 관건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무역수지가 월간 기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8월 전체 경상수지도 적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며 “6개월 평균으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무역수지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도 ‘킹달러(King Dollar·달러 초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탰다. 김찬희 연구원은 “10월 중순까지 영란은행의 국채 시장 안정화 조치가 이어져 당분간 환율의 변동성 확대를 제어할 수 있겠지만, 러시아의 동원령 선포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더 커져 겨울을 앞두고 유로존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영란은행은 10월 14일까지 20년물 이상의 장기 국채를 대거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국채 금리의 폭등을 잠재우기 위해 긴급 처방을 내린 것이다. 영란은행은 매일 50억파운드(약 8조원) 규모의 장기국채를 13일 간 총 650억파운드(약 103조원)어치 매입할 계획이다. 당초 실시하기로 했던 양적긴축은 10월 말 이후로 미뤘다.

영란은행이 이달 중순까지 긴급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번주에도 영국 발(發) 불확실성은 전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전망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 통제에서 중요한 변수를 중앙은행의 신뢰성 회복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영란은행이 갑자기 국채를 매입하며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며 “국채 매입으로 유동성이 확대돼 인플레이션 통제가 안되고, 파운드화의 약세가 수입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영란은행의 조치로 물가 하락이 더디다는 신호가 나타난다면, 유보됐던 불안감이 일시에 분출될 소지가 있다”며 “영란은행의 임시 조치가 끝나는 14일 이후를 더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9월 고용지표 나쁘다면 긴축 속도 조절 가능”

미 연준이 강도 높은 긴축을 지속하며 킹달러를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일 발표될 미국의 9월 고용지표가 예상 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만일 고용지표가 기대치를 대폭 밑돈다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는 미국의 9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약 25만명이다. 8월 신규 고용자 수는 31만5000명에 달했다. 9월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3.7%로 전망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의 여파가 고용 시장의 위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후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연준 이사와 연방은행 총재들이 예상하는 향후 정책 금리를 점으로 찍은 표)에 따르면,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의 중간값은 4.375%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 남은 두 번의 FOMC 정례회의(11월, 12월)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75bp, 50bp씩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11월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확률이 58.1%라고 본다. 눈여겨볼 점은 50bp 인상 확률도 41.9%에 달한다는 것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연준의 정책 기조는 매우 선명하나, 11월 FOMC에서 75bp가 아닌 50bp를 인상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며 “고용지표의 결과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엿보이면,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가의 단기적 반등을 노리는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점차 가중되는 가운데 현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몇 가지 지표가 나온다. 먼저 3일에는 미국의 9월 ISM제조업지수가 공개된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수치는 전월(52.8)보다 낮은 52.2다. 금리가 올라 자본 조달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제조업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오는 8일에는 중국의 차이신 서비스업PMI가 발표될 예정이다. 54.5를 기록해 전월(55.0) 대비 하락할 전망이다.

서정훈 연구원은 “애플이 신제품의 증산 계획을 철회하며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이익 추정치의 하향 조정을 시작했고, 그 외 미국 기업들도 강달러에 따른 실적 둔화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라며 “매크로 불확실성에 비해 다소 더디게 진행돼온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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