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진짜 적과 싸워야 한다"

최윤필 2022. 10. 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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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권은 1992년 10월 3일 뉴욕 '30 록펠러 플라자'에서 열린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공연이었다.

그는 밥 말리의 대표곡 중 하나인 'War'를 아카펠라 버전으로 열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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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시네이드 오코너
시네이드 오코너. AP 연합뉴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 싱어송라이터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M.B. O’Connor, 1966~)는 1990년 히트곡 ‘Nothing Compares 2 U’ 등 노래 못지않게 저항적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현실에 맞서 삭발을 고집했고, 상업주의와 반여성주의를 고발하며 그래미상 시상식에 불참하기도 했다.

압권은 1992년 10월 3일 뉴욕 ‘30 록펠러 플라자’에서 열린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공연이었다. 그는 밥 말리의 대표곡 중 하나인 ‘War’를 아카펠라 버전으로 열창했다. "한 인종을 다른 인종보다 우월시하는 철학이 완전히 사라지고 영원히 폐기되기 전까지 모든 곳이 전장이다. 나는 전쟁을 말할 것이다.” 그는 “남아프리카의 ‘인간 이하의 속박(sub-human bondage)'이 무너지고”라는 구절을 “아동 학대(child abuse)”로 개사해 열창한 뒤, 교황 바오로 2세 사진을 꺼내 카메라 앞에서 찢으며, “진짜 적과 싸우자(Fight the real enemy)”고 외쳤다. 직전 불거진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폭력에 대한 분노였고, ‘일부의 일탈’로 치부하던 교황청에 대한 분노였다.

공연장엔 침묵이 감돌았고 방송사 NBC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그를 지지하는 전화는 단 7통뿐이었고, 가수 마돈나 등 연예계도 오코너 비판에 동조했다. 하지만 2주 뒤 매디슨스퀘어에서 열린 밥 말리 추모콘서트 관객들은 ‘오코너’를 연호했다.

오코너에겐 10대 시절 아일랜드 가톨릭 교단의 악명 높은 ‘막달레나 세탁소(Magdalene asylum)’에 약 18개월간 감금돼 노동한 경험이 있었다. 가톨릭 교회가 미혼모와 불륜여성, 비행 여성 청소년 등을 ‘교화·보호’를 명분으로 수용해 운영한 ‘세탁소’에서는 성직자에 의한 수용자 폭행과 성폭력, 정서적 학대가 빈번했다. 공연 이듬해인 1993년 5월, 한 막달레나 세탁소 지하에서 암매장 시신 155구가 발굴됐고, 유엔아동인권위가 공식 조사를 벌였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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