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환율과 물가, 금리 인상만으로 잡기 어렵다

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2022. 10. 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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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자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에너지와 식량, 원자재 가격 앙등으로 이미 6%를 오르내리던 물가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인 바, 환율 안정은 발등의 불이 되었다. 대내외적으로 통화 가치를 지키는 것을 존재 이유로 삼고 있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금리 인상에도 대가가 따르므로 무작정 큰 폭으로 인상할 수도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모두가 한국은행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른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한은의 금리 인상 부담을 최소화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5.44p(0.71%) 하락한 2,155.49를 나타내고 있다.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2p(0.36%) 하락한 672.65, 달러·원 환율은 8.7원 하락한 1,430.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2.9.30/뉴스1

환율을 좌우하는 달러(외환)의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한미 금리 차 역전에서 바로 영향을 받는 금융 투자만이 아니다. 금융 투자가 아닌 실물 투자에도, 그리고 경상 거래를 위해서도 달러는 필요하고, 이런 외환의 수요·공급 요인은 그 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그만큼 더 지속적이고 그만큼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다. 같은 이유로 모든 정부 기관과 전 국민의 동참을 필요로 한다.

우선 실물 투자를 위한 외환 수급을 생각해 보자. 너무 오랜 기간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은 사실상 실종되다시피 되었고, 다른 정치적·정책적 목표를 우선시한 전 정부가 이 나라를 “기업 하기 나쁜 나라”로 만드는 바람에 이제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가 외국인 투자의 네 배나 되는 투자 유출국이 되었다. 작년 외국인 투자는 185억달러,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는 759억달러였다. 574억달러의 외화 유출 요인이 된 것이다.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나라를 다시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규제 혁신에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할 것이다.

경상 수지에서도 줄일 수 있는 외화 유출 요인은 즐비하다. 작년에 우리는 에너지원을 1350억달러어치 수입했다. 에너지를 10% 절약한다면 135억달러의 외환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 정부 때부터 억눌러 온 전기·가스 요금을 일찍이 현실화했더라면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하고 절약도 유도할 수 있었을 터인데 이제 와서 마지못해 올리는 자세에서는 절박함도 단호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유류세 인하로 유류 가격을 낮추어 준 것도 문제다. 경제를 캠페인이나 규제로 운영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물가는 일단 물가로 잡아야 하는데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켜 놓고 부담이 큰 금리 인상에 기대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일본이 관광 수입을 늘려 보겠다고 코로나로 인한 출입국 규제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하자 우리 국민의 일본 여행 예약이 폭증하고 있다는데 즉각적인 대응이 없는 것도 느슨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2010년부터 코로나 이전 2019년까지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은 1200만에서 2900만으로 늘었고, 관광 수지는 18년 13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을 900만에서 3200만으로 늘렸다. 자국민의 해외 관광은 1700만에서 2000만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수입이 원자재, 식량 중심이라서 줄이기 어렵다고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은 사이에 2000~2021년 와인은 1800만달러에서 5억5000만달러로, 커피는 1억1000만달러에서 9억2000만달러로, 유제품은 1억4000만달러에서 12억3000만달러로 수입이 늘었다. 유치하게 수입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자는 것은 아니다. 하나씩 보면 금액이 큰 것도 아니다. 금 모으기도 해 주었던 국민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기나 하자는 것이다.

같은 기간 쇠고기는 7억2000만달러에서 35억6000만달러로, 돼지고기 2억5000만달러에서 17억2000만달러로 늘어났다. 밀이 4억7000만달러에서 13억5000만달러로, 콩이 3억3000만달러에서 7억4000만달러로, 옥수수가 9억3000만달러에서 32억2000만달러로 수입이 늘어서 합치면 53억달러로 3배나 늘어났다. 이 곡물의 대부분이 사료용인 만큼 이 또한 고기 소비 증가를 의미한다. 육류 과잉 섭취로 대장암 세계 1위 국가가 되었다. 그 결과 쌀이 남아돌아 가격이 폭락하고, 정치권(농민도 위하고, 소상공인도 위하고, 택시 운전자도 위하지만 전 국민을 위하는 일은 할 줄을 모르는)은 아무 얻을 것이 없는 쌀값 유지에 연 1조원을 허비하려고 한다.

일시적인 금리 역전으로 인한 금융 투자의 역조는 뒤따라서라도 금리를 올리면 만회할 수 있다. 경상 수지와 실물 투자에서 확고한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동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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