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결혼 행진곡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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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마지막 토요일 지인의 결혼식 사회를 보았다. 식장 구조와 ‘버진 로드(예식 홀 입구에서 주례 단상까지 이어진 길)’ 길이, 음향 상태 등을 미리 확인하고자 앞 순서의 예식을 살짝 보며 참고했다. 그날 신부 두 명이 선택한 신부 입장곡은 영화 ‘트와일라잇’ OST인 ‘A thousand years’였다. 요즘 신부들이 선호하는 가장 핫한 곡이라고 한다.
유튜브 등에서 인기 있는 신부 입장곡 리스트를 찾아 봤더니 영화 ‘어바웃 타임’에 나온 ‘How long will I love you’와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 삽입곡을 선호한다고 했다. 한동안 수많은 신부가 영화 ‘노팅힐’의 ‘She~’에 맞추어 줄리아 로버츠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버진 로드’를 걷기도 했다.
사실 가장 대표적인 신부 입장곡은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중 3막 ‘결혼의 합창’에 나오는 곡이다. 누구나 들으면 “아~” 하는 ‘딴 딴 따다~~’하는 그 곡 말이다. 로엔그린은 자신의 신분을 묻지 말라는 조건으로 엘자와 결혼했지만, 이 금기를 어기고 신부가 자신의 이름을 묻자 떠나버리고 엘자는 그 충격으로 죽는다. 작품 내용으로 보면 행복한 결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이 곡은 잘 쓰이지 않게 됐다.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중 ‘결혼 행진곡’은 여전히 신랑 신부 행진곡 ‘선곡 1순위’로 꼽힌다. 셰익스피어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보고 멘델스존이 17세에 썼다는 이 곡은 환희가 넘치면서도 당당한 느낌으로 축하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제격이다. “신랑, 신부 행진~” 멘트에 맞추어 트럼펫이 힘찬 분위기를 고조하면 이제 막 부부가 된 이들이 행복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유난히 결혼식이 많은 10월, 행진하는 신랑 신부의 얼굴에 찬연(燦然)한 웃음이 번진다. ‘내 결혼식 입장곡이 뭐였더라?’ 할 때 떠올라도 좋고 아니어도 괜찮다. 생각나면 기억력이 좋은 것이고, 생각이 안 나면 그날 너무 행복해 자기 앞의 소중한 사람만 보였던 것일 테니 말이다.
※10월 일사일언은 이미란씨를 포함해 이한 ‘우리는 투기의 민족입니다’ 저자, 조우성 변호사, 김선오 시인이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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