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31] 히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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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지도자가 없다. 우리 모두가 지도자다.” 또 다른 여성은 말한다. “누구도 나를 조종할 수 없고, 머리카락으로 나를 정의할 수 없다.”
스물두 살의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끌려가 의문사한 뒤 촉발된 시위는 이란 80여 도시로 번지고 있다. 9월 하반기부터 열흘 넘게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서 83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체포되었다.
이슬람 경전에서 여성의 머리카락은 성적 욕망의 상징이며 히잡은 그것을 가리는 일종의 두건이다. 거리로 뛰쳐나온 이란의 여성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남성들은 히잡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히잡을 강요하는 권력을 거부하는 것이다.
시리아 이주민 2세인 모나 헤이더는 미시간주 플린트시에서 태어나 자란 무슬림계 미국인 여성 래퍼다. 그는 자본주의의 한복판에서 히잡을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몰아가는 서구중심주의자들의 편견에 저항한다. 히잡을 쓰는 여성 중에는 히잡을 통해 자신이 무슬림이라는 정체성을 당당하게 표현하려는 여성도 있는 것이며 그 행위는 스스로의 자부심과 존엄성을 가지기 위한 명예의 훈장이라는 것이다.
노래는 역시 머리카락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땀 안 나냐, 답답하지 않냐, 머리는 얼마나 기냐 운운. 오리엔탈리즘의 갇힌 시각으로 함부로 재단하고 광기를 내보이는 이들에게 돈 내고 교육 좀 받으라는 일침을 선사한다.
당신이 싫어해도 나는 여전히 히잡을 쓴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시인, 래퍼이자 기독교 중심주의를 비판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활동가 모나 헤이더. 이슬람풍의 인트로 멜로디와 세련된 도시적 그루브가 조화를 이룬 모나의 랩을 듣다 보면 히잡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쓰라고 강요하거나 벗으라고 종용하는 편협된 사고가 문제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 될 일이다. 이미 나이키와 아디다스 그리고 많은 패션 브랜드가 다양하게 디자인한 히잡을 출시하는 중이다. 빌보드는 이 노래를 역사상 최고의 페미니스트 송가(anthem) 25곡 중 하나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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