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풍구경도 좋지만 안전산행이 우선입니다
한국갤럽에서 2019년 10월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40가지-문화편’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활동에 대한 조사결과 등산이 1위로 꼽혔다. 그럼 우리 국민들은 연중 어느 시기에 산을 많이 찾을까?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도의 국립공원 탐방객 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산악형 국립공원의 연간 탐방객 수(3198만6000명)의 25.8%가 가을 단풍철인 10월(13.9%)과 11월(11.9%)에 집중되었다. 특히 설악산국립공원의 경우 연간 전체 탐방객(286만8000명)의 3분의 1이 가을 단풍철인 10월(23.7%)과 11월(7.3%)에 가장 많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의 휴가시즌이라 할 수 있는 7~8월(18%)과 비교해봐도 가을 설악산의 인기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다.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첫 단풍소식은 항상 설악산에서 시작된다. 청정하다 못해 하늘의 흰 구름 가득 담아 옥빛을 발하며 자기 속을 다 내보이는 계곡 위로 수줍게 고개 숙이듯 붉은 얼굴을 드리우는 각양각색의 단풍, 기암괴석과 어깨동무하며 굽이굽이 펼쳐진 능선을 도화지 삼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울긋불긋한 단풍 물결이 가을 설악산의 자랑이다. 그러나 설악의 단풍이 붉게 물들수록 안타깝게도 설악산을 찾는 탐방객의 안전사고 발생위험 또한 높아진다. 특히 사전 허가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암(빙)벽 등반의 경우 등반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등반과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등반 중 부주의로 최근 5년간 5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을 당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4명이 암벽 등반 중에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한 최근 5년간 설악산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20건 중 8건이 출입금지구역(샛길)에서 발생하였고, 지난해 5명에 이어 올해도 벌써 1명이 사망했다.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레인저의 입장으로서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설악산사무소에서도 암(빙)벽 등반 및 출입금지구역 내 사고 예방을 위해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와 예방을 위한 노력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산악인 개개인의 부주의와 역량을 과신하는 실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사고를 막을 길은 요원하다. 특히 샛길 차단시설을 설치하고 현장단속을 하는 등 계도와 홍보를 강화해도, 인터넷상에는 버젓이 샛길 불법산행 모집 글이 올라온다. 얼마 전 사망사고가 발생한 위험지역임을 알면서도 그곳을 다녀왔다는 인증샷과 무용담을 자랑하는 SNS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말 우려스러운 풍조가 아닐 수 없다.
출입금지구역인 샛길에서의 사고는 산악지형 특성상 대부분이 통신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신속한 신고가 어렵고, 신고되더라도 사고자가 위치한 현장까지 구조대가 도착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이는 사고자의 상태에 따라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본격적인 가을 단풍시즌에 아름다운 단풍과 경관을 즐기며 마음의 위안을 얻기를 원한다.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우리 레인저들 또한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탐방객 모두가 단풍을 즐기면서 안전하게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희망한다. 그러하기에 가을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대하는 데 있어 탐방객 스스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강동익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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