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지자체들 줄줄이 사업 없앤다

창원/김준호 기자 2022. 10. 3.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주여성 성차별·인권침해 논란

지역 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시행하던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 사업’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외국인 여성을 결혼과 출산, 육아를 위한 도구로 대상화하고 매매혼을 조장하는 성차별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에 지자체들이 관련 조례를 속속 폐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 조례 폐지 조례안’을 지난달 15일 입법예고했다고 2일 밝혔다. 오는 5일까지 의견을 청취한 뒤 도의회 의결을 거쳐 연내 폐지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지난 2006년 이 조례를 제정했다. 결혼을 하지 못한 지역 농촌 총각이 외국인 여성과 국제결혼을 하면 그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농촌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청년층 유출이 심각한 데다, 결혼이 어려워지는 현실을 ‘국제결혼’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경남도는 조례 제정 후 시군과 함께 1인당 60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 2018년까지 모두 360여 명이 조례에 따라 국제결혼 지원을 받았다. 경남도 관계자는 “2019년부터는 조례와 관련해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례였다”고 말했다.

경남도뿐 아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까지 관련 조례를 폐지하거나 폐지를 추진하는 지자체는 모두 10곳에 달한다. 경기 남양주시가 지난달 19일 조례를 폐지한 것을 끝으로 경기도 내에서는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과 관련한 조례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충남 부여군(4월 6일), 전남 화순군(2월 24일), 충남 금산군(지난해 12월 30일), 경북 울진군(지난해 12월 27일), 충북 음성군(지난해 12월 27일) 등도 최근 조례를 폐지했다. 또 올 들어 전남 나주시와 충남 보령시, 경남 거제시는 조례 폐지안을 입법예고하고,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국제결혼’ 지원과 관련한 조례를 유지 중인 곳은 경남도와 강원도 등 광역지자체 2곳과 전국 시군 24곳 등 전국에서 26곳이다.

농촌 총각 국제결혼 지원 조례는 1990년대 이후 국제결혼이 급증하고, 2006년 정부에서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사회 통합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농촌 인구 감소를 막아 농촌을 살리기 위한 한 방안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이 조례는 몇 년 전부터 논란이 됐다. 외국인 이주 여성을 출산과 보육을 담당하는 대상으로 보고, 농촌 인구 증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한다는 등의 이유로 ‘성차별’ ‘인권침해’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 간 결혼을 장려한 경북 문경시에 “이주 여성을 인구 증가 정책 도구로 활용한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인구 증가 정책을 성 평등 관점에서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혼’은 개인적 선택의 영역으로 여기에 초점을 맞춰 조례를 만들어 지원하는 것은 미래 청년 세대에 먹히지 않는다”며 “‘가족’ ‘정착’에 초점을 두고 이를 위한 주거·보육 지원 등 시대적 흐름에 맞도록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창원=김준호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