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원래 개천절은 음력 10월3일이었다

엄민용 기자 2022. 10.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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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상 최초의 나라는 기원전 2333년에 세워진 고조선(古朝鮮)이다. 본래의 이름은 조선이었지만 훗날 세워진 위만조선이나 고려 멸망 후인 조선과 구분하기 위해 “옛적”을 뜻하는 고(古)를 붙여 고조선이라 부르고 있다. 이 고조선을 세운 임금이 ‘단군’이고, ‘왕검’은 “단군의 다른 이름” 또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군장을 뜻하는 임금”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단군은 제사장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즉 고조선은 제사장을 겸한 왕검들이 통치한 나라다.

이런 고조선이 우리 역사에서 크게 부각된 것은 외침이 심했던 고려 말과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일제강점기다. 민족혼을 일깨워 외세에 저항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오늘(10월3일)이 개천절이란 이름을 얻은 것도 1909년의 일이다. 이후 상해임시정부가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해 경축행사를 거행했으며, 광복 후 대한민국도 이를 계승해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식 제정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음력을 사용한 까닭에 개천절 역시 음력 10월3일에 행사를 벌였다. 그러다가 1949년에 문교부가 위촉한 ‘개천절 음·양력 환용심의회’가 “4000여 년 전의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그해 10월1일에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서 처음으로 음력 10월3일을 양력 10월3일로 바꾸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천절에는 강화도 마니산의 제천단, 태백산의 단군전 등 전국 곳곳에서 천제(天祭)를 지낸다. 하늘에 올리는 제사다.

한편 천제처럼 우리 일상에서 ‘제사를’ 많이 지내다 보니 불교에서 사람이 죽은 지 49일 되는 날에 명복을 비는 의식이나 죽은 사람의 넋이 극락으로 가도록 기원하는 법회도 ‘사십구제’나 ‘천도제’로 쓰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이는 바른 표기가 아니다. 이때는 제사를 뜻하는 ‘제(祭)’가 아니라 불교의 의식을 의미하는 ‘재(齋)’를 사용해 ‘사십구재’와 ‘천도재’로 써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사십구제와 천도제는 올라 있지 않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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