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지금이 집값 자극 걱정할 때인가
그래서 그런 것일까.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모호성과 애매함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 8월 발표한 첫 공급대책만 해도 그렇다. 270만호 주택 공급이라는 허울 좋은 숫자만 공개한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구체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물론 세부 입지와 공급 방식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입지를 집어 집값이 자극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1기 신도시와 관련해서는 '공약 파기 논란' 등 이미 수차례 홍역을 치렀다. 빠른 속도로 재건축을 하겠다며 지역 민심에 호소했으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신도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발표한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도 그렇다. 재건축 규제로 인한 도심 주택 공급 부족 문제는 전 정부가 '주택 공급 총량은 그 어느 정부보다도 많았다'고 주장할 때마다 현 정부 인사들이 들이밀던 논리였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완화 방안도,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개편안도 시장의 환영을 얻을 수준은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정부가 집값 자극을 우려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띠는 동안 시장은 급속도로 침체되고 있다. 금리가 더욱 가파르게 오른 결과다. 집값 안정화는 물론 환영할 일이지만, 현 금리 인상의 속도는 분명 우려할 수준임에 틀림없다. 이대로라면 올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넘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은행권 주담대 평균 금리가 5%를 넘어선 건 수많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한 2011년 이후 없는 일이다.
한국은행이 나서서 집값이 20% 정도 하락하면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현 금리 급등기에선 집값은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기회로 삼아 모호함을 구체화해보는 생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다.
[부동산부 = 연규욱 기자 Q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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