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말한다] 종정과 어린이, 1982년 1월 22일

2022. 10. 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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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 스님이 백련암에서 아침 산책을 할 때였다. 갑자기 어린아이가 나타나서 '할아버지' 하면서 따라붙었다. 아이는 뒷짐을 지고 걷는 종정의 손을 뒤에서 마구 비틀었다. '아이쿠 이놈아' 해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성철 스님은 당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다. 스님은 종정에 임명됐는데도 백련암에만 기거할 뿐 서울에는 올라가지 않는 은둔 스님이었다. 사진 촬영도 물론 쉽지 않았다. 누구와도 접견하지 않아 일반인들이 독대를 하려면 3000배를 해야 가능하다는 말이 돌았다. 필자는 이날 스님이 두문불출하더라도 아침 산책은 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스님의 숙소인 백련암에 올라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와 스님을 발견하고 셔터를 눌렀다. 필자가 아이와 함께 스님을 따라다니며 속사포처럼 사진을 찍자, 스님은 '무슨 놈의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노, 물자를 아껴야제'라고 가볍게 타박했다.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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