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사명 변경의 경제학

2022. 10. 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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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여의도, 신한투자증권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5호선 지하철에서 반가운 이름이 울려퍼진다. 지난 1일 신한금융투자는 신한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와 함께 여의도역에는 신한투자증권역이라는 이름이 병기된다. 대한민국 금융의 심장부인 여의도에 우리 회사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니 가슴이 벅찼다.

"회사 이름을 왜 바꾸는 겁니까?"

사명 변경이 결정되고 숱하게 들었던 말이다. 개인이 이름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인데, 기업이 사명을 바꾼다는 것은 대단한 각오와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기존 회사 이름에 익숙해진 직원들과 수많은 고객,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명 변경에 나선 것은 근본적인 변화와 재도약의 기폭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금융 투자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가장 혼란스러운 때가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주도할 수 있는 적기다. 취임 이후 회사의 기초체력을 다져 왔다. 이제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사명 변경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돌파구 중 하나였다.

물론 이름만 달라진다고 혁신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명을 바꾸고 난 뒤가 더 중요하다. 처음의 의지와 각오를 얼마나 잘 유지하는지, 또 그것을 실제로 치열하게 실행에 옮기는지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사명 변경이 단순히 간판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마음가짐, 사고하는 방식, 업무 태도, 행동 양식, 기업문화까지 환골탈태하는 혁신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애플과 블랙베리다. 2007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공개하면서 회사 이름을 '애플컴퓨터'에서 '애플'로 바꿨다. 사명 변경과 함께 치열한 혁신 노력의 결과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탈피해 최첨단 테크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겠다며 2013년 '리서치인모션'을 버리고 이름을 바꿨으나, 보여주기식 사명 변경에 그치며 결국 스마트폰 사업 중단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초가 튼튼해야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사명 변경은 일류로 나아가기 위한 '백년기업'의 토대를 다지는 첫걸음이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라면 필요한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지금의 각오에 담긴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사명 변경은 시장과 고객들에게 "제대로 변화하겠습니다"고 약속하는 일이다. 새로운 이름이 '유명무실'로 끝나지 않고 '명실상부'하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의 담금질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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