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플레이션 감축법 '원산지 규정', 재활용 기술에 대응책 있다[탄소중립 시대, 광물자원의 포효]

정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장 2022. 10. 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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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장

‘재활용’은 사용 후 제품 등에서 유용한 자원을 회수해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이용하는 일을 뜻한다. 재활용 대상에는 다 쓴 제품 외에도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 또는 폐기물이 포함된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 대부분은 광물자원에서 나온 원료로 만들어지고 사용된 후 버려진다. 버려져도 당연히 광물자원에서 얻은 원료를 함유하고 있다. 이는 수명이 다해 버려지는 폐기물이 또 다른 의미의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재활용은 폐제품을 다시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친환경·재생산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재활용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같이 언급되는 단어는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이다. 재활용을 통해 사용했던 원료를 다시 추출하면 유한한 광물자원의 사용량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동시에 광물자원 채광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환경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재활용이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못지않게 우리가 재활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바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실현이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대부분의 광물자원과 금속을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리튬, 니켈, 그리고 코발트 화합물 등은 거의 전량 수입하고 있다. 특히 수입량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들어오기에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배터리는 ‘국산’이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원료 물질은 ‘중국산’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중국산 원료를 함유한 폐배터리를 국내에서 재활용해 핵심 광물에서 나오는 원료를 얻게 된다면 이들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당연히 ‘한국’일 것이다. 한국이 독자 기술을 갖고 미국과 유럽 등에 진출한다면 더 이상 중국산이 아닌 다양한 원산지의 원료를 얻을 수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배터리 원료와 관련한 원산지 규정을 명문화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짧은 시간 내에 법안에서 요구하고 있는 원산지 규정을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나. 틈새 시장인 미국 재활용 시장에 대한 진출은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재활용이야말로 작금의 원산지 규정에 대응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0여년간 다양한 사용 후 폐제품 또는 공정 스크랩 등에서 유가 금속을 회수하는 연구를 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광물자원 재활용 기업들이 배출됐다. 특히 연구원과 폐배터리 재활용 공동 연구를 수행한 일부 기업들은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갖춘 재활용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과학자들이 어떻게 하면 폐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긴 호흡의 기다림으로 함께해 준다면, 머지않아 우리 기술을 통해 다양한 원산지의 원료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정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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