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뒤늦게 한·미 통화스와프 만지작..달러 폭주 진정될까
증시 외국인 자금 썰물 이어지자 옐런 미 재무장관과 유동성 공급 협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환율 안정 효과 기대..근본 해결책으론 미흡 지적도
한·미 간 통화스와프에 대해 다소 미온적이던 정부의 움직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거침 없는 ‘킹달러’ 폭주세에 한 주 만에 원·달러 환율이 20원 폭등하는 등 원화약세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2년 2분기 외환당국 순거래’ 자료를 보면 외환당국은 올 2분기 환율 안정을 위해 154억900만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환당국이 2019년 분기별 외환시장 개입액을 공개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순거래액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그만큼 소진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환율 급등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에만 연고점을 11차례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2일에는 1400원을 돌파하더니 일주일 만에 1440원도 뛰어넘었다.
정부는 아직까지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대외건전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은 무섭게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서 1조9216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총 외인 보유 비중은 2년 전만 해도 40%에 육박했지만, 지난달 30일 30.74%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2%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킹달러’ 현상에 따른 환손실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최근 외국인들의 투매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콘퍼런스콜을 통해 한국 등 주요국의 유동성 경색이 확산돼 금융불안이 커진다면 필요한 경우에는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양측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요 유동성 공급장치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거론된다.
통화스와프는 특정 기간 국가 간 통화를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약속해두는 것으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한국이 요청할 경우 언제든 약정한 만큼의 달러를 원화와 바꿔 들여올 수 있다. 환율수준을 미리 확정해놓기 때문에 환율이 치솟더라도 한국 측의 부담은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통화스와프는 체결 소식만으로도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08년과 2020년 두 차례 체결됐는데, 발표 소식만으로도 원·달러 환율은 2008년 12.4%, 2020년 3.3%가 떨어졌다.
다만 통화스와프가 근본적인 환율 불안 문제의 해결책이 아닌 만큼, 불안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게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08년 10월30일 통화스와프 체결일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7원 떨어진 1250원을 기록했지만, 20여일 만에 다시 전고점을 경신했다. 또 이번 ‘킹달러’가 달러 부족이 아닌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겹쳐서 발생한 만큼 통화스와프의 위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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