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시위’ 지방 확산... 반정부세력, 경찰서 습격 19명 숨져
‘히잡 의문사 사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이란에서 무장 괴한들의 경찰서 습격 사건이 벌어져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 정보기관 수장이 포함돼, 계획된 공격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건은 지난달 30일 이란 남동부 시스탄-발루치스탄주(州)의 국경 도시 자헤단에서 벌어졌다. IRNA 통신에 따르면 금요 예배를 위해 모인 군중 사이에 숨어 있던 무장 괴한들이 경찰서로 난입, 폭발물을 투척하고 총을 난사했다. 사상자 대부분이 이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지역 경찰관이었지만, 마침 이곳을 방문한 이란 정예군 고위 간부 2명도 숨졌다. 이란 반(半)관영 매체 타스님은 “세예드 알리 무사비와 혁명수비대 정보부장, 하미드레자 하세미 대령 등 혁명수비대원 4명도 사망했다”며 이들을 노린 공격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건을 이란 내 분리주의 단체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시스탄-발루치스탄주는 파키스탄 및 아프가니스탄과 접한 변경 지역으로, 발루치족(族) 등 여러 소수민족의 자치권 확대 및 이란 정부의 소수민족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해 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테헤란 지역 시위는 이란 정부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차단한 영향으로 점차 사그라드는 반면, 상대적으로 평온했던 지방에서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 진압 부대가 테헤란 등 대도시로 대거 투입돼, 변경의 소수민족들이 저항 행동의 호기(好期)를 잡았다는 것이다.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갔다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이란에서는 지난 17일부터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2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가 이란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출신인 것을 빌미로 이란 정부는 “분리주의 세력이 불온한 목적으로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혁명수비대 측은 1일 ‘복수’를 다짐했다. 호세인 살라민 혁명수비대장은 “순교자들이 흘린 피에 대해 응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로 인해 지금까지 총 43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부상했다고 지난달 30일 집계했다. 체포된 사람은 1000명이 넘는다. 이란 망명자들이 주축이 된 노르웨이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이란 정부의 발표는 축소된 것”이라며 “실제 사망자는 83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정보부는 시위와 관련, 독일·폴란드·이탈리아·프랑스·네덜란드·스웨덴 국적 외국인 9명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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