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지 병합' 선포 다음날..우크라, 동부 관문 되찾았다
동부 교통 요충지 리만 수복
루한스크주로 진격 길 열려
연전연패로 궁지 몰린 푸틴
전술핵무기 동원 위협 우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한 병합을 선포한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네츠크주의 진입 관문인 리만을 탈환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는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술핵 사용이라는 극단적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리만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군이 리만 시청 건물 앞에서 탈환 소식을 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몇몇 군인들은 시청 건물 위로 올라가 옥상에서 러시아 국기를 떼어내 던지고 그 자리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기도 했다.
가디언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군의 리만 탈환으로 러시아가 도네츠크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곳에 대한 병합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굴욕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리만은 러시아가 도네츠크 북부 지역의 물류 및 운송 거점으로 삼아온 도시로, 루한스크주 북부 핵심 도시인 리시찬스크와 세베로도네츠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교통 요충지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번에 리만을 탈환함에 따라 지난 7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루한스크주로 진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로이터통신·CNN 등은 우크라이나군의 리만 수복이 지난달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탈환 이후 가장 큰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영토 수복 공세에 러시아 측은 핵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이날 텔레그램에 “러시아가 국경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더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들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지만, 카디로프 수장만큼 핵 사용을 노골적으로 촉구한 이는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도 전날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 대한 영토 합병 조약을 체결한 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땅을 지키겠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아직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낮고, 러시아가 핵 관련 자산을 이동시켰다는 증거도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재래식 전력의 부실한 역량이 여과없이 드러나면서 푸틴 대통령이 핵과 같은 비대칭 전력에 의존하려 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이 전투에서 고전할수록 푸틴 대통령이 일종의 협상 수단으로 약 2000기에 달하는 전술핵을 우크라이나에 쓸 수 있다고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술핵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전략핵무기보다 위력은 작지만 야포나 단거리미사일, 폭격기 등에 탑재할 경우 특정 구역을 심각하게 파괴시킬 수 있다. 일부 러시아군 분석가들은 흑해로 전술핵무기를 발사해 무력시위를 하거나 우크라이나 군기지를 겨냥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관리들은 푸틴이 당장은 핵을 사용하기보다는 유럽에서 사보타주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고위 당국자들을 겨냥한 공격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연구한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실제 핵 사용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면서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병합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격퇴하는 데 성공하지 않는 한 푸틴 대통령이 핵 사용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혜리 기자·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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