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료원' 민간병원 위탁 운영 추진에 지역 시민사회 반발
공공성 훼손·의료비 상승 우려
경기 성남시의회 국민의힘이 성남시의료원을 민간병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역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시의료원이 민간병원에게 넘어갈 경우 공공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정용한 대표의원은 ‘성남시의료원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오는 7일부터 열리는 시의회 정례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개정안의 골자는 시장이 ‘의료원 운영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학병원 등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한 임의 조항을 ‘법인에게 위탁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면서 위탁 법인을 ‘의료법에 따라 설립된 의료법인’, ‘다른 법률에 따라 의학·약학 등에 관한 교육·연구와 진료를 위하여 설립된 법인’, ‘병원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 비영리법인’으로 정했다.
정 의원은 조례 개정 취지에 대해 “의사를 모집했는데 안 오려고 하고 실제로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서 “분당서울대병원, 재생병원, 차병원 등과 비교하면 썰렁할 정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탁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이 추진되면서 시민사회는 위탁운영에 따른 의료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은 현재 대학병원이 없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구도심(중원구, 수정구) 지역 의료 수요를 전담하고 있다.
실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지방의료원 운영혁신방안연구’에 따르면 마산의료원은 1996년 경상대병원에 위탁된 이후 입원환자 1명당 1일 진료비는 민간위탁 이전에 비해 2.8배 증가했다. 이천의료원도 1998년 고려대병원에 위탁됐을 당시에 입원환자 1명당 1일 진료비가 2배 증가했고, 외래환자의 진료비도 상승했다. 수익성은 개선됐으나 본래 취지인 공공성이 훼손된 것이다.
김종명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 위원장은 “2000년대 초반 많은 지방의료원이 위탁했고, 대부분의 위탁은 실패했다”면서 “수익성은 올라갔지만, 공공적 역할은 후퇴했고 시민들 만족도가 올라갔다는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절차 없이 개원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성남시의료원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이 성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성남지역 13개 단체로 구성된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반대 및 운영 정상화를 위한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입장문에서 “시민의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 공청회 한번 없이 위탁운영을 못 박는 조례개정안을 제출하고 통과시키려 한다”면서 “ ‘공공의료 포기’나 다름없는 위탁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병원 운영 정상화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0일부터 성남시의료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는 지난 26일 성남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다.
2020년 7월 개원한 성남시의료원은 전국 최초로 시민의 요구와 주민 조례발의로 추진·건립된 공공병원이다. 당시 주민들은 과거 원도심의 종합병원이 폐원하면서 발생한 의료공백을 해결하고자 의료원 설립을 주도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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