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수용 필요" "하천 복원"..태풍 대책 '댐 건설' 놓고 포항 갈등

백승목 기자 2022. 10. 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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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힌남노 피해 이후 냉천 상류에 '항사댐' 건설 추진
환경단체 "공원 조성하며 하천기능 축소..재정비가 먼저"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상류에서 지난달 28일 작업자들이 태풍 힌남노 당시 폭우로 유실된 제방을 복구하고 있다. 백승목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 당시 폭우로 10명이 숨지고 1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지역에서 5년여 만에 치수용 댐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포항시는 “저지대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서는 상류지역에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환경단체는 “댐은 필요 없고 잘못된 하천을 재정비,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해 기후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찾아간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상류. 지난달 6일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폭우로 망가진 하천변 곳곳에서 중장비를 동원한 막바지 응급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무너진 제방은 흙을 담은 대형 포대들로 가득 메워졌다. 하천 중간에는 굴착기가 엉망이 돼버린 강바닥을 정리했고, 주변 마을과 사찰로 통하는 진입로의 포장 작업도 이뤄졌다.

이상용 오천읍개발자문위원장은 “지형상 하천의 경사가 급해 폭우가 내리면 급류에 의한 제방 유실과 주변 마을 침수가 빈번히 발생하는 만큼 이를 막을 댐 건설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시도 지난달 8일 태풍 피해 현장을 찾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남구 오천읍 신광천·냉천 상류에 치수 목적의 ‘항사댐’을 건설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피해조사단에도 하천 개선 및 복구 방안을 설명하면서 항사댐 건설에 필요한 타당성조사 용역비 20억원을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포항시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안전도시종합계획’에도 항사댐 건설을 핵심 사업으로 포함했다.

포항시는 댐 높이 50m, 길이 140m가량에다 저수용량 476만t의 소규모 댐 건설을 계획 중이다. 사업비는 약 807억원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2일 “저지대 하천 범람에 의한 피해를 항구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댐이 필요하다”면서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일 때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하는 등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사이 또 다른 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댐 건설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달 22일 포항시청 앞에서 항사댐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댐 건설 보다 냉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포항환경련 제공

반면 환경단체는 댐 건설을 검토하지 말고 인공시설이 들어차면서 치수 능력을 잃어버린 냉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라고 요구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냉천에서 과거 4대강 사업의 후속 사업인 ‘고향의 강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하천 직강화 공사와 함께 친수시설을 명목으로 각종 인공구조물이 잔뜩 들어서면서 냉천의 치수 능력을 상실케 한 것이 이번 태풍 피해를 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포항시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8㎞가 넘는 냉천 구간에 30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하천을 공원으로 꾸미면서 원래의 하천 기능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냉천 곳곳의 횡단교량 주변에 석축을 쌓거나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제방 안쪽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쉼터, 운동시설 같은 인공시설을 곳곳에 설치하는 바람에 물 흐름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류 댐 건설은 거대한 물그릇만 더 추가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방재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실행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앞서 포항시는 2017년에도 항사댐 건설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당시 포항시는 오천읍 일대 저지대 상습 침수 예방을 위해 상류에 홍수조절, 용수공급, 하천유지수 활용 등의 댐 건설을 요청했지만 사업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실행되지 않았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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