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빈손·굴욕·육개장.."..윤석열 정부 외교는 어디부터 문제였나
순방길에 나섰던 대통령의 한 마디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자리에서까지 시시비비를 따지진 않겠습니다.
이미 국민적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자, 외교에는 이런 불문율이 있죠.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
또, 해외 순방을 마친 대통령은 지지율이 오른다는 말도 있는데요.
<스트레이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5박7일 순방이 뭘 남겼는지 꼼꼼히 되짚어봤습니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불거졌던 곳이었죠.
지난달 21일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 회의'.
3대 감염병 퇴치를 위해, 각국이 기여금을 내는 자리였습니다.
영국을 거쳐 미국을 방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달 21일)] "대한민국은 총 1억 불을 앞으로 3년 동안 기여할 것입니다."
통 크게 거금을 내놨지만, 이날 윤 대통령은 원래 여기 올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기대했던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되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려고 일정을 급히 잡았던 겁니다.
그야말로 어렵게 대면한 바이든.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겨우 '48초' 만에 끝났습니다.
통역까지 고려하면, 과연 무슨 얘기를 얼마나 나눴을까 싶죠.
이후 대통령실은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영국에서부터 바이든을 세 번 만났다"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김성한/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은 런던 및 뉴욕 방문 계기에 여러 차례에 걸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하였습니다. 미 인플레 감축법 또 금융 안정화 협력, 확장 억제와 같은 주요 현안에 관해서 협의를 하였습니다."
네, 김성한 실장이 언급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바로 이게 윤 대통령의 출국 전부터 뜨거운 관심사였습니다.
이유가 뭔지 살펴볼까요.
이 법은 지난 8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우리가 민감한 건, 이 법 조항에 포함된 전기차 보조금 규정 때문인데요.
미국 시장에서 최대 7천5백 달러, 우리돈 1천만 원씩 주던 보조금을 당장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량'에만 주겠다는 겁니다.
미국차는 물론이고, 현대기아차의 경쟁사인 폭스바겐도 북미에 전기차 공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만든 전기차를 수출해온 우리 기업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이혜정/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미국이 엄밀하게 따지면 국제 분업의 기본 규범을 깨고 있는 거죠. 공장을 다 옮기면, 한국의 산업은 공동화되고 그다음에 고용 창출은 안 되고. 그러니까 더 큰 문제에 걸려 있는 거예요."
현대차가 미국한테서 제대로 뒤통수 맞았다, 이런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지난 5월이었죠,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을 만났는데요.
이 때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무려 105억 달러, 우리 돈 15조 원을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정의선/현대차그룹 회장 (지난 5월 22일)] "미국 내 소중한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글로벌 탄소중립 노력에 기여할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고마움을 나타냈습니다.
[바이든/미국 대통령 (지난 5월 22일)] "정 회장님, 미국을 선택해줘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이랬던 바이든이 보조금을 삭감한 인플레 감축법으로, 우리에게 뜻밖의 치명타를 날린 건데요.
전기차 수출에 매년 10만 대 이상 차질이 예상되는 등 우려가 커졌습니다.
정부로선 발등에 큰 불이 떨어진 셈이었죠.
[이창양/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난달 21일, 워싱턴)] "IRA (인플레 감축법) 같은 이슈로 우리 하고의 관계가 좀 어려워지게 되거나 만약 국내 여론 안 좋아진다면 그 외 다른 큰 틀에서의 접근에 상당히 정책 모멘텀(동력)이 낮아질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이) 소탐(대실) 할 수 있다."
워싱턴에 급파된 장관이, 이례적으로 미국을 향해 압박성 경고를 날린 건데요.
하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로선 이런 말, 귀 담아 들을 상황이 아니었죠.
[바이든/미국 대통령 (지난달 2일)] "제조업이 미국의 심장부에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미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인플레 감축법이 통과된 뒤 바이든은 지지율 40%를 넘어섰습니다.
뒤늦게 수습에 나섰던 우리 정부는, 이제 중간선거 이후에나 반전을 노려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혜정/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미국 안의 정치 판도를 보면 (우리나라에만) 과도기적인 조치를 해주기도 굉장히 어렵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란 게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큰 성과 중에 하나거든요."
그런데도 이번 순방을 마친 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인플레 감축법 등에서 정상 차원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고 자평했습니다.
[최종건/연세대 교수·전 외교부 1차관] "한미 정상회담은 없었죠. 조우는 있었죠. 근데 중요한 것은 그러면 그걸(만남)로 끝냈어야 해요. 근데 거기다 과도한 메시지를 탑재를 시킨 겁니다. 현재 현안이 되는 IRA(인플레 감축법), 한미 간의 경제 문제 뭐 등등이 아주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하니‥"
순방 뒤인 지난달 29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한국을 찾아 윤 대통령과 면담했는데요.
해리스 부통령은 '인플레 감축법 우려에 대한 해소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왜 이처럼 허겁지겁 대응해야 했을까요.
당초 정부는 "미국에서 인플레 감축법이 '갑자기' 통과됐다", "그래서 미처 손을 못 썼다", 이렇게 해명했는데요.
-지난달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김영배/더불어민주당 의원(오)] "이 법이 8월달에 통과됐지 않습니까. 그러고도 지금 한 두 달 가까이 지난 겁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왼)] "그러나 이 법은 거의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김영배/더불어민주당 의원(오)] "안 될 거라 생각하고 넋놓고 있었다 이 말씀이잖아요."
네, 정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 전, 그러니까 인수위 때부터 보고를 받았습니다.
인플레 감축법의 모법에 해당하는 '더 나은 재건법'에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항이 들어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수위를 대표하는 '한미정책협의단'이 미국을 방문할 땐, 외교부 역시 미국 의회의 입법 동향을 보고했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당시 윤 대통령이 특사로 보낸 협의단장, 박진 현 외교부 장관이었군요.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도 관련 보고가 되었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 무능한 대응으로 인해서 우리 기업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현 정부 출범 뒤엔 더 뚜렷한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인플레 감축법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 8월 초, 주미 한국대사관이 대통령실과 여러 정부 부처에 보고서 하나를 전달했는데요.
모법인 이전 법안보다 전기차 보조금 차별이 더 심해질 거란 우려도 담겨 있었습니다.
민주당은 '현 정부 5개월의 외교 성적이 낙제점'이라며, 박진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지난주 단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예상대로, 윤 대통령은 거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달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고, 지금 뭐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서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입니다."
숱한 논란과 함께 막을 내린 이번 순방.
시작 전부터 한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 못지 않게, 한일 정상들이 만날지도 관심이었죠.
우리 정부는 순방을 떠나기 사흘 전, 두 회담 모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태효 (2022.09.15)] "일정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 중에 있습니다."
김 실장은 이날 추가 브리핑에서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흔쾌히 합의했다"고까지 했는데요.
한국의 일방적 발표에 불쾌감을 느낀 듯,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그렇다면 만나지 말자'고 했다는 소식이, 일본 언론에 보도된 건데요.
우여곡절 끝에 양국 정상이 뉴욕에서 손을 맞잡긴 했는데.. 뒷맛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웃음 띤 얼굴로 악수하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
우리 정부는 두 사람이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일본과 2년 9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해 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는데요.
반면 일본은 '정상회담'이 아닌 '간담'이라고 표현하며 비중을 두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마쓰노 히로카즈/일본 관방장관 (지난달 22일)] "'회담'과 '간담'의 차이에 대해 엄밀한 정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두 정상이 짧은 시간에 의제를 정하지 않고 접점을 가지려 한 것이기에, '간담'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점은 더 있습니다.
두 정상의 뒷배경에 양국 국기가 없었고, 우리 정부는 한국 기자들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제3의 장소에서 만난 게 아니라,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성사된 만남이었습니다.
[김근식/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 (지난달 27일, MBC '100분 토론')] "우리가 너무 조급히 패를 보이는 바람에 일본 측이 그걸 NCND로(시인도 부인도 아니게) 부인하니까, 우리로서는 끌려들어 가는 형국이 됐다는 점에서 외교적으로 실책이 있었다는 건 인정드립니다."
회동 이후 일본은 더욱 기세를 올렸습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퉁명스런 표정으로 별 말이 없었고, 윤 대통령이 열심히 설명했다"고 전했는데요.
또 당시 배석했던 일본 측 인사는 "이쪽은 만나지 않아도 되는데 만났다." 심지어 "한국은 일본에 빚을 졌으니, 다음에는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말까지 한 걸로 보도됐습니다.
[김종대/정의당 전 의원 (지난달 27일, MBC '100분 토론')] "철두철미하게 당한 거거든요. 우리 회담 분위기, 거기서 나눈 얘기 대통령실 보도자료에도 없고, 외교부 보도자료에도 없어요. 그런데 일본 언론에 다 나오고 있어요. 이런 것들을 다 당해 놓고‥"
일본이 큰 소리 치며 '가져오라'는 성과, 이건 뭘 말하는 걸까요?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해결입니다.
요즘 양국 관계가 좋지 않은 여러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8년 우리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확정 판결했죠.
이후 피해자들이 이들 기업의 한국내 재산을 압류하고 법원의 매각 명령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요구는 바로 이 매각 절차를 막는데, 한국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라는 겁니다.
[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양학부 교수] "한국이 사죄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일본의 주장이거든요 그냥. 그것을 전혀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시기상조다.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모두 (합의가) 끝난 것을 한국 쪽에서 파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과거사를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마저 논란입니다.
지난 8월, 취임 100일 맞이 기자회견.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문제를 놓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취임 100일)] "주권 문제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지금 깊이 강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얼핏 별 얘기 아닌 듯하죠? 그렇지 않습니다. 자세히 뜯어보겠습니다.
먼저 채권자, 즉 피해자의 '보상'이라고 표현한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건 '배상'이라고 해야 맞죠.
간단히 말해 '보상'은 적법한 행위, '배상'은 불법 행위로 끼친 손해를 갚는 절차입니다.
당연히 우리 대법원은, 일본 전범기업들에게 '손실 보상'이 아닌 '손해 배상'을 명령한 겁니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률 전문가인 윤 대통령이, 이런 차이를 몰랐을까요.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다시 볼까요.
[윤석열 대통령(취임 100일)] "주권 문제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지금 깊이 강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주권 문제 충돌 없이'라고 언급한 대목.
이 사건에서 강제동원의 가해자는 일본 정부가 아니라 일본 '기업'들입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말하는 '주권'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인데요.
그런데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로 일본의 주권이 침해당할까봐, 우리 대통령이 걱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임재성/변호사] "대통령이 지금 이 문제를 일본의 주권을 침해하거나 일본 주권이 충돌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거는 법률가로서 놀랐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사람으로서도 엄청 놀랐습니다. 일본 정부도 한국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고 난 이후 지금까지 이 문제를 '주권'이라는 언급을 한 적이 없어요."
'주권 문제'란 게 무슨 뜻이었냐고, 저희가 대통령실에도 물어봤는데요.
답은 두루뭉술하게 왔습니다.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어째 질문과 답변이 좀 따로 노는 듯한데요.
자 이렇게 뒤숭숭한 상황에 이뤄진 이번 한일 정상의 어색한 만남.
'저자세, 굴욕 외교'란 비판이 높았던 이윱니다.
[최종건/연세대 교수·전 외교부 1차관] "(한일회담) 결과가 그냥 앞으로 대화를 지속하기로 했다는 식의, 즉 처음에 (홍보할 때) 나왔던 메시지와 (회담) 결과의 메시지의 간극이 커버리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니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왜 한일 문제를 지금 이렇게 빨리 해결해야 되지? 이런 난제들이 있는데'라는 거죠."
그러나 순방에서 돌아온 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더욱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지난달 26일)]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일 관계의 정상화는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생각입니다."
당초 이번 순방은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갔다 캐나다에 들러 돌아오는 일정이었죠.
그러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갑작스런 서거로 이른바 '조문 외교'가 추가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우리 외교 당국과 대통령실의 총체적 엇박자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지난달 18일 오후, 윤 대통령은 첫 행선지 런던에 도착했습니다.
당초 계획된 일정은 세 가지.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에 헌화한 뒤, 웨스트민스터홀에 안치된 여왕을 직접 참배하고, 이후 찰스 3세 국왕이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곧장 리셉션장으로 향했습니다.
헌화와 참배 일정이 사라진 겁니다.
[임수석/외교부 대변인 (지난달 20일)] "현지 도착한 이후 특히 런던의 심각한 교통상황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 우리 대표단 차량이 제때 이동할 수 없었고"
런던 시내의 교통 통제는 이미 수일 전부터 공지된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영국 왕실 안내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김은혜/대통령실 홍보수석 (지난달 19일)] "영국 왕실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외교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먼 곳에서 와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차량과 의전에 각별한 예우를 표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오후에 도착한 일왕은 리셉션이 끝난 뒤 여왕을 참배했습니다.
반면 윤 대통령 부부는 리셉션 이후에도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장례식에서 뒤늦게 조문록만 작성했습니다.
당장 비판이 잇따랐죠.
'조문 없는 조문 외교', '육개장 조문 외교'란 겁니다.
국회에서 야당의 질타가 쏟아지자 외교부 차관은 다른 정상들도 윤 대통령처럼 했다고 답했는데요.
[조현동/외교부 1차관 (지난달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또 EU 집행위원장 등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3시 이후에 도착을 해서 그다음 날 국장 이후에 조문록에 서명하는 절차를 따랐다."
하지만 조 차관이 언급한 해외 정상들 모두, 별도의 참배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20일, 국회 대정부질문-
[김의겸/더불어민주당 의원 (오)] "다른 정상들은 참배를 했습니다. 참배를 하지 않은 유일한 정상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보입니다. 어떻습니까?" [한덕수/국무총리 (왼)]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하고 한번 검토를 해봐도 되겠습니까."
서구에선 시신을 직접 대면하는 참배가 중요한 장례 예절이라는데요.
대통령실은 리셉션에 다녀온 윤 대통령이 호텔에서 태풍 난마돌 점검 회의를 하고, 유엔총회 연설문을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종건/연세대 교수·전 외교부 1차관] "현장 상황이 중요하겠죠. 그러나 그 현장 상황은 우리의 정무적 그리고 외교적 그리고 의전의 삼각 노력으로 언제든지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윤석열, 김건희 두 내외분께서 영국 여왕의 관에 조문하는 모습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출국 전 대통령실은 '참배'의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는데요.
[김태효/국가안보실 1차장 (지난달 15일, 순방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웨스트민스터홀을 방문해서 참배하고"
하지만 순방이 끝나자 말이 완전히 바뀝니다.
참배를 왜 못했냐는 <스트레이트>의 질문에 대통령실은 "리셉션과 장례식에 참석했다" "'참배'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습니다.
당초에는 여왕의 시신에 직접 조문하는 걸 ‘참배’라고 했다가, 순방 뒤에는 리셉션과 장례식 참석만으로 도참배를 했다고 하는 겁니다.
크고 작은 오점으로 얼룩진 대통령 해외 순방.
외교 성과라며 자랑한 대통령실의 발표가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김은혜/대통령실 홍보수석 (지난달 20일)]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통령님의 국정철학을 들어보니 지금 당장 유엔 사무총장 하셔도 손색이 없겠다고 화답을 했습니다. 저는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미소가 번지는 걸 제가 봤습니다."
무너진 기초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때입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문제 발생 시에 문제 해결 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준비 부족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잉 의욕, 빨리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증 등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달 아세안을 시작으로 G20, APEC 등 잇단 정상회의를 통해 다자외교 무대에 재도전합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413360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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