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가 데이트 코스로..코리아오픈 1만명 몰렸다

박강현 기자 2022. 10. 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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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2일 오후 올림픽공원 테니스 경기장은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을 보기 위한 팬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각종 테니스 용품 업체들이 마련한 행사 체험장에도 줄이 50m 넘게 이어졌다.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관중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2022.10.02/ 코리아오픈 대회 조직위원회

이날 KAL컵 코리아오픈(1987~1996년) 이후 26년 만에 열린 최상급 국제대회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1만명(공식입장 9931명)에 가까운 팬들이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을 찾았다. 권순우·정현 등 국내 스타들이 중도 탈락했는데도, 팬들이 관중석을 꽉 메웠다. 경기도중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자리를 떠난 사람이 없었다. 이번 대회 준결승과 결승 지정석 입장권은 앞서 지난달 21일 일찌감치 매진됐다. 지난주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 여자단식 결승 때도 만원관중이 몰렸다. 관중 상당수가 젊은 층이었다. 테니스는 고급스포츠로 인식되면서도 용품이나 의류가격이 골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진입장벽이 낮은 점 때문에 젊은 층이 최근 많이 몰려들고 있다. 한 온라인업체에 따르면 올 상반기 테니스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스포츠 용품 업체 관계자는 “주말 동안 매일 1000여명 넘는 시민들이 우리 부스에 몰렸다”면서 “대부분이 젊은 남녀였는데, 이들 사이에서 테니스가 ‘붐’이라는 얘기를 제대로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승을 차지한 니시오카 요시히토가 청자 모양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친구와 함께 대전에서 온 백승호(24)씨는 “올해초 여자친구와 테니스를 같이 배우기 시작했다”며 “배우는 입장에서 세계적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관중이 많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기차를 타고 전남 나주에서 온 황현선(34)씨도 “26년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ATP투어 대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테니스의 진가를 알아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키 170㎝로 ATP투어 최단신 선수 중 하나인 니시오카 요시히토(27·일본·세계 56위)와 캐나다의 데니스 샤포발로프(23·세계 24위)가 맞붙은 남자단식 결승전은 매 랠리마다 박진감을 더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선수들이 득점할 때마다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곳곳에서 “컴온 샤포” “레츠고 요시”를 외치는 팬들도 있었다. 경기 용인시에서 여자친구와 온 옥시영(30)씨는 “세계 톱 선수들의 강서브와 끈질긴 랠리를 눈앞에서 보니 신기했다”며 “앞으로 이런 대회를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자단식의 최종 승자는 니시오카였다. 니시오카는 19세이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테니스 단식 금메달을 거머쥐며 국내 팬들에게 인상을 남겼다. 그는 샤포발로프를 1시간 55분 접전 끝에 2대0(6-4 7-6<7-5>)으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코트 사방을 커버하는 빠른 발과 점프하며 체중을 실어 때리는 깊숙한 샷으로 단신의 핸디캡을 극복했다. 니시오카는 지난 2018년 9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선전 오픈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타이틀을 한국에서 거머쥐게 됐다.

니시오카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17만달러(약 2억4400만원)와 함께 250점의 랭킹 포인트를 획득했다. 부상으로 청자 트로피를 받은 그는 “열렬히 응원해준 한국 팬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팬들의 응원은 내가 테니스를 치는 이유”라고 했다.

이날 TV중계 해설을 맡은 임규태 코치는 “투어 최단신인 니시오카가 장신들을 잠재우고 우승했다는 사실은 한국테니스계에도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테니스협회 박용국 이사도 “이번 대회 관중의 절반이 2030세대였을만큼 젊은 층의 인기를 실감 했다”며 “관심이 커진만큼 국내 테니스인들이 정현과 권순우를 잇는 유망주를 발굴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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