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군사협력 페달 밟았지만..한·일관계 답보 '딜레마'

유신모 기자 2022. 10. 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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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여전한 상황서 3국 연합훈련 재개에 우려 목소리
일본 군함의 독도 인근 접근에 '윤석열 정부 안보관' 비판도
정부, 미국이 협력 가속화할수록 한·일관계 개선 압박 직면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달 30일 연합훈련을 5년 만에 실시한 것은 미국 주도로 강력히 추진돼왔던 ‘한·미·일 군사협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훈련은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을 포함한 3국의 해상 전력이 동해 독도 인근 공해상에서 대잠수함 훈련 위주로 진행했다. 독도에서 150㎞ 떨어진 공해상이긴 하나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독도 가까이에서 훈련을 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안보 문제에서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 반성이 없는 일본과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됐던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의 확대와 정례화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조 바이든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3국 군사훈련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국민적 정서 등을 고려해 단계적인 신중한 검토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한 한·미·일 군사협력의 여건 조성을 위해 한·일관계를 조속히 정상궤도로 올려놓는 작업에 몰두했다. 한·일관계를 조속히 진전시켜 3국 군사훈련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뜻대로 진전되지 않는 동안 한·미·일 군사협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결국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와 2018년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 문제 등 갈등 요소를 풀지 못한 상태에서 3국 군사훈련을 맞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5년 만에 연합훈련 재개를 결정하고도 훈련 직전까지 이를 발표하지 않고 기자들에게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다. 한·일관계가 달라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독도 인근까지 올라와 연합훈련을 하게 된 것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미·일 협력과 한·일관계 개선의 보폭을 맞추는 데 실패함으로써 이로 인한 국내적 갈등와 비판도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도유예 상태의 이번 훈련 사실을 처음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개해 논란을 빚었던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안보관’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3국 군사훈련에 대한 각자의 눈높이가 다른 것도 문제다.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3자 협력 차원임을 내세우고 있다.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가 북한 문제를 넘어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은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적극 동조하면서 방위력 증강과 군사대국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안보전략에 정통한 전직 관료 출신의 전문가는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는 한국에 여러 가지 전략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안이지만 한·일 갈등이라는 폭발력이 강한 위험 요소도 안고 있다”면서 “미국이 3국 안보협력을 가속화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에 더욱 큰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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