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행진..외환위기 데자뷔
1997년 이후 첫 6개월 연속 적자
에너지값 폭등에 수입액 '눈덩이'
연간 무역적자 480억달러 예측도
지난달 37억달러가 넘는 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이던 외환위기 직전의 2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 폭이 37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수출은 주춤한 데 비해 수입은 가파르게 늘며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수출은 574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0년 10월(3.9%)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올 6월(5.3%)부터 4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것도 나쁜 징조다.
15대 주요 품목 중 석유제품, 자동차, 2차전지 등 5개 품목만 수출이 늘었다. 특히 최대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도 6.5% 줄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 중인 유럽연합(EU)에도 수출이 0.7% 줄었다. 반면 지난달 수입액은 전년 대비 18.6%나 늘며 61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 수입액(179억6000만달러)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억5000만달러 급증한 영향이 컸다. 특히 지난 1~9월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전년 대비 670억달러나 늘어 무역적자 폭(288억8000만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무역수지 악화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주요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일본은 13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무역수지가 적자다.
한국은 과거에도 경제위기 때마다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외환위기 직전에도 6개월 연속 적자를 냈고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인 2008년에는 연간 13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수출이 점점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수출 증가율은 15.5%였다가 지난 8월 2.8%까지 떨어졌다. 에너지 가격만 안정되면 무역수지도 흑자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과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등 대부분의 기관은 무역수지 적자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겨울 가스 공급 중단 등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가 현실화될 경우 위기가 더 증폭될 수 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4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사상 최대 무역적자였던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20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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