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역(逆)바이럴
바이럴(viral) 마케팅은 바이러스가 퍼지듯 홍보성 정보가 입소문 형식으로 퍼지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반대인 ‘역(逆)바이럴’은 상품의 이미지 등을 깎아내리기 위해 온라인 댓글 등을 통해 부정적 여론을 퍼뜨리는 행태다. 특히 팬데믹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 영화관람료 인상 등이 겹치면서 영화계의 역바이럴 영향력이 커졌다는 말이 나온다. 영화를 꼼꼼하게 골라 보는 관람 패턴이 굳어지며 대중이 나쁜 평가에 더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당장 여름 극장가에서 역바이럴 의혹이 제기됐다. 제작비 260억원이 투입됐으나 흥행에 실패한 <비상선언>이 역바이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비상선언>을 제외한 여름 영화에 모두 투자한 바이럴 마케팅 업체가 투자 영화들에 대해서는 우호적 바이럴을, 경쟁작 <비상선언>에 대해선 역바이럴을 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 뒤 진위를 놓고 영화 커뮤니티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역바이럴 정황을 발견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정직한 후보2>도 때아닌 ‘역바이럴’ 소동에 휩싸였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영화를 본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원도청 올로케여서 실감났고요, 거짓말을 못한다는 설정까지 딱 제 얘기더라고요”라고 쓴 게 발단이 됐다. 영화 배급 담당자는 SNS에서 “강원도청 올로케도 아니고요. 이 트윗 덕분에 평점 테러 당하고 있어서 죽을 맛입니다. 전임 도지사님 때 찍은 영화인데 왜 숟가락을 올리실까요”라고 반박했다. 김 지사의 관람평이 의도치 않게 역바이럴이 됐다고 호소한 것이다. 영화 주인공인 강원도지사 주상숙(라미란)은 건설업자에게 휘둘렸지만, 잘못을 깨달은 뒤 도민 편에서 싸운다. 극우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김 지사 행보와 닮은 구석은 없다.
더욱이 김 지사가 평창국제영화제에 대한 보조금 중단을 예고하면서 이 영화제가 지난 6월 4회 행사를 끝으로 폐지를 선언한 터다. 김 지사가 최문순 전 지사의 흔적을 지우고, 문성근 전 영화제 이사장까지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치적 잣대로 영화제 폐지를 유도하면서, 개인 홍보에는 영화를 활용하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다.
이용욱 논설위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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