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골프계의 우영우..타이거 우즈 꿈꾸는 자폐 스펙트럼 골프 선수 백재영

YTN 2022. 10. 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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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비 골프장 개수 세계 2위!

뉴질랜드는 골프가 국민 스포츠라 불릴 정도로 바야흐로 골프의 천국입니다.

19세 이하 주니어들이 참가하는 경기도 인기가 대단합니다.

이미 여러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한인 동포 백재영 군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재영 군에게는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필 에이킨 / 대회 총감독 : 저희 뉴질랜드 골프협회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가능한 모두를 아우르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재영 군이 함께 경기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지금까지 18개월 동안 재영 군의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우리 모두 경기마다 인내심을 시험하고 그걸 통해 발전하곤 하는데 재영 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개리 뷰이 / 갤러리 : 골프 선수로서 재영 군을 정말 존경합니다. 물론 화가 많이 나는 것도 이해하지만 정말 볼을 잘 칩니다. 몇 년 전에 제 아들도 얘기하더라고요. 엄마와 같이 있는 저 친구 정말 대단하다고요.]

티샷부터 퍼팅까지… 경기할 때는 여느 골프 선수들과 다를 게 없지만, 갤러리들이 많은 홀에서는 유난히 예민해집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공을 잘 치고도 괜히 짜증을 부리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스포츠맨십을 갖고 경기를 무사히 마친 후 동료 선수와 악수 인사를 나누는 예의를 잊지 않습니다.

[백재영 / 골프 선수 : 시합에서 할 때 어프로치는 잘 되고 있었지만, 티샷 칠 때는 미스샷이 나서 기분이 안 좋아서 화가 났어요.]

[케일럽 타이투아 / 동료 선수 : (함께 경기하는 게) 그리 나쁘지는 않았어요.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거슬리지 않았어요. 좋은 선수 같아요.]

재영 군은 태어날 때부터 아픈 아이였습니다.

선천적 장폐색이라는 병을 가지고 태어나, 세상에 나온 지 사흘 만에 개복 수술을 해야 했던 건데요.

그 뒤로는 건강하게 자라는 줄만 알았지만, 5살이 되도록 말을 떼지 못해 찾아간 병원에서 자폐 스펙트럼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습니다.

신체적인 발육은 오히려 남들보다 빨랐기 때문에 장애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지만, 엄마 최지애 씨는 절망하기보다는 아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아들, 재영 군은 남들보다 집중력이 좋은 아이였습니다.

[최지애 / 어머니 : 6살 무렵부터 아이가 골프 TV를 온종일 보더라고요. 다른 거 안 보고 계속 골프 TV만 보고 장난감 골프채를 사줘 봤더니 또 온종일 하고.]

7살에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은 재영 군은 그 뒤로 운동 치료 삼아 꾸준히 골프를 배웠는데요.

재영 군을 가르쳐온 코치가 뉴질랜드로 가게 되자 고민 끝에 함께 이주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최지애 / 어머니 : 뉴질랜드는 골프 시스템이 일단 한국하고 많이 다르고요. 힘들기는 하지만 모든 걸 아이가 판단하고 아이의 책임이기 때문에 그런 자립심을 길러줄 수 있는 부분에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복지 국가로 이름난 뉴질랜드라지만 마냥 편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지금도 대회에 나가면 재영 군을 보는 시선은 '따뜻함 반, 따가움 반'이기 때문인데요.

엄마는 물론 재영 군의 코치인 정준상 씨까지 재영 군이 사람들과 더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은 다른 주니어 선수들과 오전 연습을 마치고 실전 라운드를 하면서 경험을 쌓는 날.

재영 군은 자신만의 특장점을 살린 맞춤형 연습에 들어갑니다.

[정준상 / 코치 : 재영이가 소리를 구분을 되게 잘해서요. 예를 들어서 밑에서 띄워서 칠 때나 묻어 맞을 때 공 소리를 구분을 엄청 잘합니다. 자기가 그 소리만 듣고 그걸 재현해내요. 그 소리를 만들려고. 연습장에서 볼 칠 때도 자기가 이 스윙이 좋았다는 얘기보다 소리가 좋았다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청각이 예민해서, 소리만 듣고도 비슷하게 같은 공을 쳐 낼 수 있다는 재영 군만의 능력.

남들과 조금 다른 부분을 오히려 강점으로 개발해낸 건데요.

이렇게 계속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하며 연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백재영 / 골프 선수 : 저는 타이거 우즈처럼 되고 싶어요. 저는 앞으로도 연습장에 가서 힘 빼고 하는 연습을 해보고 쇼트게임 많이 하도록 할게요.]

[최지애 / 어머니 : 뉴질랜드에 4년마다 돌아오는 스페셜 올림픽이었는데 (작년에) 코로나19 때문에 취소가 됐고요. 올해 말에 12월 초에 열리는데 재영이 같은 경우는 오클랜드 대표이고 가장 핸디가 낮은 선수여서 금메달이 확실시되고 있어서 내년에 아마도 독일 세계올림픽대회에 참가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곧 만 19세, 성인이 되지만 엄마에게는 여전히 스킨십을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기만 한 재영 군.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세상 밖으로 나온 지금도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인데요.

그렇지만, 첫 발걸음을 떼야 더 나아갈 수 있기에, 타이거 우즈를 꿈꾸는 재영 군의 행보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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