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인게 죄냐"..인력난에 후배와 연봉 역전되자 갈등 폭발

박홍주,박나은 2022. 10. 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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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신입·경력 내부 갈등
구인난 허덕이는 기업들
초임 연봉 올려 인력 채용
신입보다 월급 적은 2·3년차
"나는 잡은 물고기" 부글부글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2년 차 직원 성 모씨(27)는 최근 회사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1년 후배로 들어온 직원이 자신보다 높은 연봉으로 계약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입사한 성씨 연봉은 3300만원 안팎인데 새로 들어온 직원은 이보다 100만원 이상 높았다. 성씨는 "물가 상승에 비해 연봉 인상률이 동결인 것도 억울한데 경험 없는 신입 직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구인난 때문에 신입사원 연봉을 올린다는 회사 설명이 '기존 직원들은 어차피 잡은 물고기'라는 말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계속된 구인난에 일부 중소기업들이 신입사원 초임을 기존 직원보다 더 높게 책정하는 현상이 나타나 '입사 선배'들의 불만을 부르고 있다. 중소기업 사업주가 고민 끝에 내놓은 궁여지책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문화에 해가 될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인 이상 사업체들의 부족 인원은 64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만7000명(54.7%)이나 늘어났다. 고용부가 매달 발표하는 빈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빈 일자리는 22만8000여 개로 나타났다. △2020년 8월 13만7000개 △2021년 8월 17만9000개에서 계속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회피 경향 탓에 이 같은 인력 부족 현상은 대부분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사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초봉을 제시해서라도 부족한 인원을 채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임금이 역전된 2·3년 차 직원들 사이에서는 "가르치는 후배 직원보다도 급여가 낮다면 회사가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 아니냐"며 "이직을 해야 할까 고민"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업주 역시 기존 직원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신경 쓰이나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호소한다. 인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이 모씨는 "직원 뽑기가 힘들어서 시급을 확 올려 구인 공고를 냈는데, 원래 일하던 직원들이 자신들은 왜 그대로냐고 물어볼 때 할 말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올해 상반기 식당을 폐업한 40대 구 모씨 역시 "숙달된 주방인력은 부르는 게 값"이라며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신규 직원만 급여를 올리고도 운영이 될지 몰라도 작은 사업장은 직원 불만을 달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취업난과 구인난이 공존하는 국내 노동시장의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원·하도급 문제 등 중소기업이 겪는 불가피한 문제도 있지만, 기업 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넓히는 등 청년 구직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자구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는 식당 등 서비스업의 근로자 대우가 갈수록 낮아져 청년들이 플랫폼 아르바이트로 추가 이탈하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용주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하루씩 유급휴가를 줘야 하는 '주휴수당' 제도를 회피하기 위해 '쪼개기 알바'를 주로 모집하는 게 원인으로 진단된다.

주휴수당 제도에 따르면 근로자가 주 15시간 넘게 일할 경우 5일을 일해도 6일치 급여를 받아야 한다. 시급 인상과 각종 고정비용 상승으로 인해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려는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비용 지출이다. 이 때문에 식당과 카페 등 서비스 업종에서는 하루에 8~12시간 일하는 풀타임 근무, 주 3회 총 16시간 이상 일하는 아르바이트 형태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 주 2회, 총 8시간 정도 일하는 짧은 아르바이트가 대세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주 17시간 이하 취업자는 2020년 190만1000명, 2021년 215만2000명, 2022년 8월 240만300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대로 장기 근로를 대표하는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20년 2011만2000명, 2021년 2007만8000명, 2022년 8월 1543만9000명으로 내리막 길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 모씨(45)는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알바생 시급 부담이 커지다 보니 사람이 꼭 필요한 시간대에만 알바생 공고를 내고 있다"며 "시급을 500원 더 올렸는데도 2주 넘게 사람이 구해지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청년들은 근로계약도 자유롭고 시급도 더 높은 플랫폼 아르바이트를 더 선호하고 있다. 돈이 필요할 때마다 물류센터 배송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대학생 이 모씨(26)는 "일반 알바를 하면 두 달 정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물류센터에선 3~4주 안에 벌 수 있다"며 "풀타임 알바 자리 자체가 많이 없기도 하고 친구들도 플랫폼 노동을 더 선호한다"고 전했다.

[박홍주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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