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가는 '마이너스의 孫'.. 이재용 손잡고 반전 노린다 [글로벌 리포트]
누적적자 규모만 5조엔에 달해
이재용에 SOS 청한 손정의 회장
ARM 최대 100조에 매각 논의
끝나지 않은 '황금알의 꿈'
비전펀드 상반기 -500억달러
손실 불구 3호 펀드 출범 검토
제2 알리바바 육성 '밀어붙이기'
사실상 '윈윈'인 거래
대형 M&A 한동안 중단됐던 삼성
신성장동력 확보 반도체 1위 도약
소프트뱅크도 자금수혈 통해 숨통
지난 8월 일본 도쿄에 있는 소프트뱅크 본사에서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에도 막부를 세운 초대 쇼군(장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초상화인 '우거지상'이 등장했다. 이 그림은 당시 쇼군이 전투에서 대패한 후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잊지 않고자 남긴 것이다. 이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역대급 손실을 낸 자신의 모습을 우거지상에 빗대어 "모두 지휘관으로서 나의 책임이다. 부끄럽고 반성하고 싶다. 창사 이래 이렇게 큰 적자를 낸 것을 교훈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최악의 실적 성적표로 경영위기에 몰린 손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분위기 반전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 회장은 ARM의 지분 일부를 삼성전자에 넘기면서 '자금 수혈을 통한 위기 탈출'을, 이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1위를 위한 리더십'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거래가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급한 손, 이재용에 'SOS'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손 회장은 조만간 이 부회장을 만나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 ARM 지분 일부를 넘기는 내용을 담은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ARM의 모회사가 소프트뱅크다.
손 회장 측은 ARM과 삼성전자의 전략적 협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이 부회장도 지난달 21일 중남미와 영국 출장을 마친 후 귀국길에서 "손 회장이 서울에 오는데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최악의 경영 손실을 겪고 있는 손 회장에게 구원투수가 되는 모양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4분기 3조1627억엔(약 31조4818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는 17년 만에 2분기 연속 순손실을 냈고 누적적자 규모는 5조엔(50조원)에 육박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침체로 기술주가 하락하면서 정보기술(IT) 기업을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비전펀드가 올 상반기 500억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이 뼈아팠다.
비전펀드는 중국 알리바바, 쿠팡 등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이 연이어 적자를 내면서 7조엔(약 69조3840억원)이던 가치가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35개 상장사의 주가가 하락해 1조7253억엔(약 17조1011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미상장 기업 중에는 175개 기업의 가치가 총 1조436억엔(약 10조3441억엔)가량 하락했다.
■절치부심, 마이너스의 손
시장에서는 그가 '리스크 테이커'(모험가)에서 '마이너스의 손'으로 전락했다고 혹평했다. 결국 손 회장도 기고만장했던 자신을 인정하며 수세적 경영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손 회장은 "성역 없는 비용 절감에 임할 것"이라면서 인력 감축 등 내부 비용 삭감을 단행했다. 지난 5월 소프트뱅크는 주요 임원들의 임금을 삭감했다. 미야우치 켄 소프트뱅크 대표의 올해 연봉은 15% 줄어든 5억3900만엔, 고토 요시미츠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0% 삭감한 4억8000만엔으로 책정했다.
소프트뱅크는 현금 확보 차원에서 핵심 투자처인 알리바바의 지분도 일부 매각했다. 이 회사는 2022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 말까지 ARM도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전펀드 인력의 30%가량에도 구조조정 칼바람이 예고됐다.
■손정의 '끝나지 않은 꿈'
그럼에도 비전펀드를 향한 손 회장의 야망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손 회장은 비전펀드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세번째 비전펀드 출범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3호를 출범하는 방안 외에도 비전펀드 2호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전펀드에 추가 투입되는 자본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비전펀드의 투자는 앞으로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투자처의 성장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손 회장은 "미래의 알리바바, ARM에 해당하는 회사가 나올 것이라 믿고 있다"며 "비전펀드가 현재 473개사에 투자하고 있어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아도 여기에 황금알이 많이 있다고 믿고 제대로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사 미래 가를 세기의 거래
이번 딜이 성사만 된다면 소프트뱅크와 삼성전자 모두 '윈윈'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은 2016년 전장업체 미국 '하만' 인수 이후 현재까지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중단된 상태다. 그동안 삼성전자에만 120조원이 넘는 현금이 쌓이면서 신성장 동력을 위한 M&A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계속돼 왔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경영복귀한 이 부회장에게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고 반도체 아키텍쳐 공룡인 ARM 지분 인수는 이런 과정을 위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던 시스템반도체 1위를 위한 길목에 갑자기 나타난 뜻밖의 기회"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 재팬은 "소프트뱅크 그룹의 장래는 ARM이 쥐고 있다"며 "이번 매각이 소프트뱅크의 숨통을 트여줄 창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ARM의 지분은 75%이며 나머지 25%도 비전펀드 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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