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고통, 연민과 협력이 필요한 이유

한겨레 2022. 10. 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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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 태평로에서 열린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기후위기만큼 우리 모두가 같은 행성에 살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건 없다. 전쟁, 국제분쟁마저도 대개 한 지역에 국한된다. 경제침체는 때로는 국경 안으로 제한돼 이웃나라에조차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과거 기후재난은 안전하고 온난한 지역에 사는 이들이 저 멀리 폭풍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동정과 연민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식이었다. 지금은 거의 모두가 기후위기의 결과를 목도한다.

2022년은 기후 관련 고통이 기록적인 해다. 미국에서는 허리케인 이언이 플로리다 역사상 손에 꼽을 만큼 강력한 폭풍해일을 일으켰다. 허리케인 피오나가 카리브해 쪽과 캐나다를 초토화한 직후다. 아시아에서는 태풍 힌남노가 한국에 큰 홍수를 일으켰고, 일본에서는 태풍 난마돌로 900만명이 대피했다. 전례 없는 늦여름 폭우로 파키스탄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유럽은 66만헥타르가 파괴되는 기록적 산불을 겪고, 7월에만 극심한 더위로 초과 사망자 5만3000명이 발생했다. 동아프리카는 가뭄으로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렸고, 남수단, 나이지리아, 콩고공화국은 극심한 홍수를 겪었다. 남미에서는 안데스산맥 빙하가 녹고, 칠레는 13년째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지난해 정부간 패널 연구는 세계 인구의 85%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올해 세계 인구의 40%가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할 것으로 추정했다. “매우 취약”하다는 건 장소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어떤 사람들이 물에 잠길 때, 다른 사람들은 물 부족에 시달린다. 한쪽에서는 산불이 집과 생명을 파괴하며, 다른 곳에서는 허리케인이 강타한다. 여러 자연재해 악화에는 대기 중 탄소의 양 증가라는 단일 요인이 작용한다.

기후위기는 전세계적 고통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고 있다. 코로나19처럼 해법을 찾기 위한 단결이 필요하지만 기후변화를 놓고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각국은 2015년 파리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로 약속했다. 또 부국들은 2009년 개발도상국들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돕기 위해 연 1000억달러씩 지원해 2020년까지 그 목표를 달성하기로 했으나 약속 이행에 실패했다. 최대로 잡을 때 2019년까지 800억달러를 지원했다는 건데, 기후와 무관한 개발 지원과 시장금리 대출까지 포함해 부풀린 수치다. 그런데 1000억달러도 적절치 않은 수치다. 주요 7개국(G7)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청정에너지 인프라 비용이 적어도 연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많은 재원을 어디서 조달할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환경활동가 톰 아타나시오는 우선 화석연료 추출과 생산, 기타 환경파괴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보조금이 연간 1조8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군비 지출은 연 2조달러를 넘어섰으며, 세계 부자들에게 과세하면 연 2조5000억달러 이상을 모을 수 있다고 했다.

북반구가 이 돈을 남반구에 지원해야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기후위기는 가장 부유한 나라들의 탄소배출로 발생했다. 이들은 대략 1850년 이후 전체 배출량의 절반, 1990년 이후 전체 배출량의 4분의 1을 배출했다. 둘째, 북반구의 탄소중립 약속은 탄소집약적 산업과 농업을 개발도상국에 아웃소싱하는 데 의존한다. 이는 가장 부유한 나라들의 ‘녹색 뉴딜’의 큰 허점이다. 남쪽에 기후배상금을 내는 것은 그 허점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래 마주한 최대의 집단적 도전이다. 이 도전에 대한 유일한 대응은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최빈국들과 손을 잡는 것이다. 지구는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지능과 기술의 적용은 필요하지만 이 시험에 대한 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민과 협력만이 우리를 화석연료와 과소비의 막다른 길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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