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블록체인] 온체인 데이터로 본 테라·루나 사건의 진실

한겨레 2022. 10. 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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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블록체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코인데스크코리아

[뉴노멀-헬로, 블록체인] 박근모 | 전 코인데스크코리아 부편집장

담보물 없이 알고리즘만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다는 아이디어로 성공 가도를 달리다 한순간에 추락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이야기가 다시금 국내외에서 시끌벅적하다.

먼저, 지난 26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과 금융조사2부(부장 채희만)는 법원으로부터 권 대표 등 6명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애초 권 대표가 싱가포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싱가포르 경찰은 “권 대표가 현재 싱가포르에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소재가 불분명한 권 대표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수배 단계 중 가장 높은 ‘적색수배’ 목록에 올렸다고 밝혔다.

반면 권 대표는 지난 9월18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산책도 하고 쇼핑몰도 간다”며 도주설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부기관이건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숨길 것도 전혀 없다면서도 “한국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테라·루나 사건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가상자산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회색지대에 있던 주제이기도 하다. 이런 사건일수록 명백한 팩트와 객관적 시각이 중요하다. <코인데스크 코리아>가 누구도 위변조할 수 없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온체인 데이터’만을 가지고 이 사건을 살펴본 이유다.

그 결과물이 ‘테라 붕괴 주범 지목된 ‘지갑 A'는 테라폼랩스의 지갑이다’(6월14일), ‘권도형 ‘테라’ 4.6조원 규모 비자금 흐름 포착’(6월28일), ‘“권도형 체포영장 발부 직후, LFG에서 갑자기 3313BTC가 빠져나갔다”’(9월27일) 같은 기사들이다.

지난 5월7일 발생한 테라·루나 폭락사태 시점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당일 밤 9시57분께 테라의 스테이블 코인 UST(테라USD)는 외부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아 디페깅(1달러 가치 불일치 현상)이 발생했다. 이 공격으로 전세계 가상자산 중 시가총액 기준으로 한때 6위까지 오른 테라는 한순간에 휴짓조각이 됐다. 여러 온체인 데이터 업체가 분석에 나섰고, 같은 날 오후 4시32분께 만들어져 자금을 쏟아낸 특정 지갑(‘지갑 A’)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권 대표는 “외부 공격으로 테라가 망가졌다”며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말일까?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블록체인 보안업체 웁살라시큐리티와 함께 온체인 데이터 포렌식 기법을 활용해 ‘지갑 A’를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온체인 데이터는 입금 경로, 자금 출처, 최종 거래 지갑, 생성 시점과 거래 시점 등 다양한 객관적 데이터로 ‘지갑 A’가 테라폼랩스의 숨겨진 지갑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테라·루나 폭락은 권 대표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권 대표가 테라폼랩스와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 등을 통해 36억달러(약 4조6000억원) 상당의 USDT(테더) 등을 비공식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으며, 이 자금이 바이낸스, 후오비, 쿠코인, 오케이엑스 등 거래소로 유입된 것도 온체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와 함께 쿠코인과 오케이엑스로 LFG의 비트코인이 입금됐고, 이 자금을 검찰이 동결했다는 것도 확인했다.

물론 권 대표는 온체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객관적인 근거나 데이터는 제시하지 못하고, 에스엔에스(SNS)나 언론을 통해서 자신의 목소리만이 진실인 양 이야기하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는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서 원하는 데이터를 찾아내고 추적하는 게 쉽지 않다.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블록체인에 기록된 온체인 데이터는 그 누구도 바꾸거나 감출 수 없다. 권 대표도 마찬가지다. 온체인 데이터는 항상 사실만 말한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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