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교환 은행 찾아 삼만리.. 지점마다 매뉴얼도 제각각

김동찬 2022. 10. 2. 17:5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은행이었지만 반응은 상반됐다.

기자가 지난달 30일 방문한 서울 중구·종로구 시중은행 6개 영업점은 모두 저마다 상이한 동전 교환 업무 방침을 가지고 있었다.

이날 오전 기자가 A은행 고객센터에 문의한 후 본사 상담 직원과 연결하고 실제로 동전 교환 업무를 취급하는 근처 영업점을 파악하기까지는 약 25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전 바꿔주는 은행 알 길 없어
고객센터에 전화걸어 문의 후
영업점 파악까지 20분이상 소요
'오전에만' '분류해 온 경우만'
대부분 여러 제한 둬 고객 불편
2년 반 동안 관련 민원 698건
지난 9월 30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의 한 시중은행에 동전교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에서 동전을 교환하려면 미리 분류한 동전을 오전 11시 안에 가지고 가야 한다. 사진=김동찬 기자
"죄송하지만 저희 영업점은 동전 교환업무를 취급하지 않습니다."(서울 종로구 A은행 영업점)

"동전 교환 업무 언제든 가능하세요. 얼마나 가져오셨어요?"(서울 종로구 B은행 영업점)

같은 건물에 위치한 은행이었지만 반응은 상반됐다. 기자가 지난달 30일 방문한 서울 중구·종로구 시중은행 6개 영업점은 모두 저마다 상이한 동전 교환 업무 방침을 가지고 있었다. 6곳 중 2군데는 아예 동전 교환 업무를 취급하지 않았고 다른 2곳은 평일 오전에만 가능했다. 나머지 2곳은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해야 했다.

방문하기 전에 해당 영업점이 동전교환 업무를 취급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방법뿐이었다. 각 영업점 홈페이지, 은행 앱 등에 별도의 안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기자가 A은행 고객센터에 문의한 후 본사 상담 직원과 연결하고 실제로 동전 교환 업무를 취급하는 근처 영업점을 파악하기까지는 약 25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동전을 미리 분류해 오지 않으면 교환이 어렵거나 점심시간 이전에만 방문해야 하는 곳들도 있었다. 이날 만난 한 시중은행의 동전 교환 담당 직원은 "점심시간같이 직원들이 부족하고 창구 업무가 밀리는 오후에는 다른 영업에 지장이 갈 수 있어 부득이하게 오전에만 해당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별도로 동전교환 업무를 취급하지 않는 영업점은 공식적으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뉴스가 의뢰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은행연합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 영업점 중 동전교환에 제한을 두는 점포는 단 한곳도 없었다.

더구나 은행들은 본점 차원에서 동전 교환 관련 불만이나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 지점에 동전 교환 제한을 지양하는 안내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실제 영업점들은 요일, 시간별로 동전 교환 업무를 제한하고 있다. 일부는 아예 중단하자 5대 시중은행에 접수된 동전 교환 민원 건수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 2·4분기까지 698건에 달했다. 그나마 정식 동전 교환 매뉴얼을 운영하는 곳도 국민은행 단 한곳에 불과했다.

이같이 시중은행들이 동전 교환 업무를 점점 등한시하는 가운데 동전 유통을 책임지는 한국은행도 손을 놓고 있다. 한국은행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동전 대량 수급을 관리하는 한은 주화수급센터는 각 지역본부에서 화폐 교환 업무와 함께 지역별 주화수급센터 등록업체 관련 정보를 연 1회 점검하고 있을 뿐 별도의 전담 인력조차 두고 있지 않다.

문제는 주화 제조비에 연평균 250억이 넘는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재호 의원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미확정치)까지 주화 제조비에 투입된 비용은 1485억원으로 연간 약 24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중은행과 한국은행 모두 동전 관련 업무를 외면하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소상공인들이다.

서울 중구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52)는 "잔돈 때문에 급하게 동전이 필요한 상황이 잦은데 이 근처 은행들은 오후에 동전을 교환해 주지 않아 매번 아침 일찍 은행에 방문하고 있다"며 "은행이 우선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할 때 동전을 바꿔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토로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김나경 기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