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실험 실패에도..신한울1호기 말썽 '수소제거기' 그대로 갈듯

김정수 2022. 10. 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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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제작사 실험자료로 평가하겠다" 결론
올해 상업운전 개시..정부 정책 코드 맞추기?
지난해 7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운영허가를 받아 현재 시운전 중인 신한울 원전 1호기(왼쪽) 오른쪽은 2호기이다. 한국수력원자력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원자력연구원의 성능실험 중 기기 내부에 화염이 발생하는 현상이 반복된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수소제거장치에 대해 추가 실험 없이 제작사에서 진행한 실험자료로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작사의 실험은 화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산소 농도를 맞춰 놓고 한 것이어서, 원안위의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려져도 기기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남을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은 지난 30일 제164회 원안위 회의에서 현재 시운전 중인 신한울 1호기에 설치돼 있는 피동촉매형수소제거장치(PAR·파)의 ‘수소농도 8% 조건 수소제거율’을 기기 제작사 실험장치에서 수행된 실험 데이터를 해석·검토하는 방식으로 확인하겠다고 보고했다.

후쿠시마 같은 ‘수소 폭발’ 막으려면 필수적인 장치

파는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전력 공급이 끊어진 상태에서도 제거하는 설비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해 모든 가동·건설 중 원전에 설치했으나, 지난해 초 성능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공익 제보가 나와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당시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를 심의 중이던 원안위는 한수원에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파의 성능을 검증하는 실험을 해 보고서를 제출하는 조건을 달아 지난해 7월 운영허가를 내줬다. 객관적 검증을 위해 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을 실험 주관기관으로 지정하고 한수원은 실험에 간여하지 않도록 했다.

뒤이어 원자력연구원이 진행한 성능 검증 실험에서는 실험 중인 파 기기에서 불꽃이 발생하는 현상이 반복돼 마무리되지 못했다. 특히 원자력연구원이 지난 3월 제품의 성능 기준인 ‘수소농도 8%에서의 초당 0.5g 제거율’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검증 실험은 기기 내부에서 불까지 나며 실패했다.

이 실험 결과를 검토한 킨스는 지난 15일 제163회 원안위에 “원자력연구원의 현재 실험 절차로는 8% 이상의 고농도 실험은 불가하다”며 △원자력연구원에서 8%에서의 수소제거율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후 실험 수행 △파 제작사의 실험 장치로 8%에서의 수소제거율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 마련 후 실험 수행 등 두 가지 조치 방안을 보고했다. 두 방안 모두 추가적 ‘실험 수행’을 담고 있다.

하지만 킨스는 30일 제164회 원안위에서 입장을 바꿔 추가 실험 없이 지난 8월 제작사 실험장치에서 수행된 실험 데이터를 활용해 수소농도 8%의 수소제거율을 평가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계획에 대해 일부 원안위원들은 제작사에서 진행된 실험의 신뢰성 등에 의문을 표시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파 제작사에서 한 실험은 약 21%인 산소 농도를 13%로 낮춰 기기에서 불이 나지 않도록 해놓고 진행됐다. 이런 일부 위원들의 문제 제기는 그러나 소수의견에 그쳤다.

원안위원장, ‘추가 실험 불필요’로 논의 결과 정리

이에 따라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이날 회의 종료에 앞서 “위원들이 말씀 주신 사항을 근거로 간략하게 정리를 하겠다”며 “수소농도 8%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해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이 ‘추가 실험’을 통한 검증을 하지 않는 것을 이날 논의의 결론으로 정리한 것에 대해 원안위원들의 이견 제시는 없었다.

유 원안위원장은 정부 쪽 위원인 원안위 사무처장과 함께 이날 회의에서 신한울 1호기 파 문제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 매듭지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임승철 사무처장은 원자력연구원 쪽에 “보고서에 연구가 필요하다고 담기는 순간에 사람들은 ‘이걸 반드시 해야 하는가보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으니 보고서에 담을 수 있을 부분만 담아주면 좋겠다”며 논란될 부분을 담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 쪽 위원들의 이런 태도는 올해 안에 신한울 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하려는 한수원의 계획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 비상임위원 가운데 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 앞장서 온 2명의 임기는 이달 중순 전에 만료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원안위 차기 회의에서 신한울 1호기의 운영허가 조건 충족 여부에 대한 의결을 시도하면 가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울 1호기 연내 상업운전 돌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변호사는 “파의 수소제거율이라는 성능도 문제지만 그보다 ‘수소폭발을 막기 위해 달아놓은 설비에서 불꽃이나 화염이 일어나 오히려 수소폭발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부분과 관련해 불꽃이나 화염 현상을 반영한 원자로 격납용기 안전성 분석 등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았다고 본다”며 “반드시 독립적이고 공정한 추가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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