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5년 만에 찾아온 유로바스켓, 유럽 전역을 뜨겁게 달구다

서호민 2022. 10. 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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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호민 기자] 2022 유로바스켓이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스페인은 지난 9월 18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프랑스와 결승에서 88-76으로 승리하면서 사상 4번째 유로바스켓 챔피언에 올랐다. 반면 NBA 슈퍼스타를 앞세워 우승을 노렸던 디펜딩 챔피언 슬로베니아와 세르비아, 그리스는 씁쓸하게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유럽 최고의 국가대항전, 숱한 화제를 안긴 유로바스켓의 화두를 정리해보았다.

 

※본 기사는 점프볼 10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1. 이변 또 이변, 유럽 3대장 충격의 탈락
이번 유로바스켓은 역대 최고의 화려함을 갖췄다. NBA를 지배하고 있는 유럽 최고의 선수들은 물론 유로리그에서 활약한 모든 핵심 선수가 각국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굵직한 선수들만 언급해도 손이 아플 정도였다. 세르비아의 에이스이자 NBA 백투백 MVP 니콜라 요키치(덴버 너게츠), 그리고 또 다른 백투백 MVP이자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 벅스), 슬로베이나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루카 돈치치(댈러스 매버릭스)가 대표적이었다. 이들을 보유한 세르비아, 그리스, 슬로베니아는 대회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3개 팀은 예상대로 예선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다. 세르비아와 그리스는 각 조에서 나란히 예선 5전 전승을, 슬로베니아도 죽음의 조라 불린 B조에서 4승 1패로 1위에 오르며 손쉽게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하지만 빅3의 여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무리 강팀이라고 해도 한 판으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토너먼트는 예측을 빗나가는 결과들이 속출한다. 이들도 이변을 피할 수가 없었다. 토너먼트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며 일찍이 짐을 쌌다. 첫 번째 희생양은 세르비아였다. 이탈리아와의 16강에서 86-94로 패배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탈리아는 핵심 전력이었던 다닐로 갈리나리(보스턴 셀틱스)가 농구 월드컵 예선에서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 돼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구심점이 사라진 이탈리아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강호’ 세르비아를 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승리의 원동력은 폭발적인 외곽포 덕분이었다. 이탈리아는 세르비아를 상대로 무려 16개의 3점슛을 퍼부으며 융단폭격을 가했다. 마르코 스피수(우마나 레이어 베네치아)가 22점 3점슛 6개를 터뜨렸다. NBA 리거 출신인 니콜로 멜리(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밀라노)도 3점슛 7개를 엮어 21점을 보탰다. 세르비아는 요키치가 32점 13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의 기록을 남겼지만 이탈리아의 탄탄한 조직력과 폭발적인 외곽슛에 16강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이어 그리스도 발목이 잡혔다. 그리스는 8강에서 개최국 독일에 96-107로 일격을 당하며 예상치 못한 완패를 당했다. 당초 독일의 열세가 예상된 경기였다. 독일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프란츠 바그너(올랜도 매직)가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확실했고 그리스에는 슈퍼스타 아데토쿤보가 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는 기우였다. 홈 코트의 독일은 그리스를 상대로 전반 단 4점차 차이를 유지하는 등 팽팽한 경기력을 유지했다. 오히려 3쿼터에 바그너, 안드레아스 오브스트(바이에르 뮌헨) 등이 잇따라 외곽포를 폭발하며 경기흐름을 가져왔다. 

 

이날 독일은 17개의 3점슛을 54.8% 확률로 꽂아 넣는 화력을 자랑했다. 데니스 슈로더(LA 레이커스)가 26점 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그리스의 가드진을 압도했다. 경기 출전이 불투명했던 바그너도 선발 출전해 3점슛 5개 포함 19점 4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다니엘 타이스(13점 16리바운드)와 오브스트(19점 3점슛 5개) 역시 제 몫을 다했다. 이번 대회에서 평균 29.3점으로 전체 득점 1위에 오르는 등 예선부터 펄펄 날았던 그리스의 아데토쿤보는 31점 7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했으나, 4쿼터 중반에 거친 파울로 퇴장을 당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그리스는 흔들렸고, 결국 8강행이 좌절됐다.


이변 속출의 방점은 디펜딩 챔피언 슬로베니아가 찍었다. 슬로베니아는 8강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폴란드에 87-90으로 패해 탈락했다. 무엇보다 돈치치의 부진이 아쉬웠다. 14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완성하기는 했지만 야투율이 33.3%(5/15)에 그쳤고 실책도 6개나 범했다. 심지어 경기 종료 3분 전, 5반칙으로 퇴장당하면서 초라하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디펜딩 챔피언 슬로베니아의 조기 탈락은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결국 요키치, 아데토쿤보, 돈치치 등 유럽 3대장으로 불린 3명은 이변의 희생양이 되며 쓸쓸히 퇴장했다. 사실 이들이 이렇게 빨리 떨어질 것이란 예상은 하기 힘들었다. 스페인, 프랑스, 리투아니아와 같은 강팀이 아닌 이탈리아, 독일, 폴란드와 같이 다크호스 정도로 분류된 팀들에게 패한 건 큰 충격이었다. 반대로 이는 그만큼 유럽농구의 전력 평준화가 됐고, 또 슈퍼스타 한 명에 의존해서는 원맨팀이라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2. 왕좌의 귀환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통산 4번째 유로바스켓 우승을 달성했다. 2015년 이후 7년 만이자 프랑스를 상대로는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유로바스켓에서 우승으로 잠시 빼앗겼던 유럽의 왕좌를 탈환했다. 스페인은 가솔 형제를 앞세워 끈적끈적한 농구를 선보였던 과거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 평균 90.8점에 이르는 공격농구를 선보였다. 9경기에서 상대 팀과 평균 10.6점 차의 리드를 가져갔다.


스페인에게 이번 우승이 더욱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스페인은 파우 가솔, 마크 가솔 형제가 은퇴한 이후 처음 치르는 유로 바스켓이었다. 더군다나 2019년 FIBA 농구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리키 루비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도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윌리 에르난고메즈(뉴올리언스 펠리컨스), 후안초 에르난고메즈(멤피스 그리즐리스) 형제가 주축을 이룬 가운데 귀화선수 로렌조 브라운(유닉스 카잔), 우스만 가루바(레알 마드리드), 조엘 파라(유벤투드 바달로나) 등 새로운 영건들이 등장을 알렸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 에르난고메즈 형제의 공이 무척 컸다. 동생 후안초는 결승에서 7개의 3점슛을 포함해 27점을 올렸다. 형 윌리는 평균 17.2점 6.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대회 MVP를 차지했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가솔 형제의 시대를 마감하고 에르난고메즈 형제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무적함대 시대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스페인 국적 선수로는 7번째로 유로바스켓 MVP에 선정된 윌리는 “후안초와 함께 대표팀에서 뛰며 유로바스켓에서 우승하는 것은 꿈 그 이상을 의미하는 일”이라며 “동생과 나는 마드리드 교외의 라스 로자스(Las Rozas)라는 지역에서 자라 농구 선수로서 꿈을 키워왔다. 우리는 항상 목표로 했던 꿈을 위해 싸웠고 열심히 노력했다. 사실 우리가 ACB(스페인리그)와 NBA에서 오랜 시간 동안 뛸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꿈을 실현해냈다”라며 기쁨을 표했다. 

 

이어 “나는 후안초가 토너먼트를 치르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매우 자랑스럽다. 우리는 그가 오늘 경기를 자신의 경기로 만들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보 크루즈’(후안초 헤르난고메즈가 출연한 넷플릭스 농구 영화 ‘허슬’의 주인공 이름)가 아니었다”고 웃었다.


한편, 2009년부터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어온 세리히오 스카리올로 감독은 금메달만 5번 목에 걸며(월드컵 1회, 유로바스켓 4회) 명실상부 유럽 최고의 명장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10년 넘게 스페인을 지휘한 스카리올로 감독은 파우 가솔, 마크 가솔,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 루디 페르난데즈, 호세 칼데론 등 자국 내 최고의 스타들을 진두지휘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세대교체의 성공을 이뤄냈다. 

 

결승전이 끝난 후 스페인 농구협회의 호르헤 가르바호사 회장은 “현 시점에서 스카리올로는 세계 최고의 대표팀 감독이다. 그는 이 아이들의 아버지나 다름없다. 파우 가솔,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 펠리페 레이예스 등 숱한 선수들을 지도했다. 누군가는 그들을 코치하는 것이 쉽다고 말하지만, 황금세대가 떠난 현재 그는 또 다른 시험대에 서 있고 모든 이들에게 내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라고 지도자로서 스카리올로의 능력을 치켜세웠다. 스카리올로는 올해를 끝으로 스페인 대표팀과 계약이 만료되는 가운데 가르바호사 회장은 향후 계약 문제와 관련된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연봉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벌써부터 끔찍하다”는 말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3. 굿바이 루디?
2000년대 초, 스페인은 스무 살 남짓한 1980년생 전후의 엘리트 선수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파우 가솔을 비롯해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 펠리페 레이예스, 호세 칼데론 등 재능 넘치는 자원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이른바 ‘황금세대’로 불린 이들은 여러 국제무대에 출전해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그 중심에 있던 선수가 루디 페르난데즈(레알 마드리드)다. 38살 백전노장인 페르난데즈는 이번 대회 참가국 선수 가운데 최고령으로 그는 후배들과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대회를 끝으로 국제대회 은퇴를 선언한 만큼 스페인의 우승은 큰 의미가 있었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승리를 따낸 후 페르난데즈는 “이 팀에 무한한 긍지를 느낀다. 금메달과 함께 내 경력을 끝낼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후배들과 이번 대회에 앞서 특히 더 많이 노력했기 때문에 나에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라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이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내 농구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신 분이다. 또, 대회 내내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우승을 일궈낸 모든 팀원들, 그리고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한 세르히오 율(레알 마드리드)과도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녹슬지 않은 실력 덕분에 많은 이들은 페르난데즈의 은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카리올로 감독은 “나는 그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 나이에도 이렇게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왜 그만둬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루디는 나와 함께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수년간 리더로서 솔선수범했다. 이번 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로렌조가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코트 안팎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많은 도움을 줬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역할까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는 가솔 형제, 루비오와 같이 팀을 이끌었지만 이제 그들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그가 있기에 스페인은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4. 독일과 폴란드의 선전
이번 대회를 관통하는 또 다른 화두는 ‘하위팀의 반란’이었다. 6개 조에서 조별리그 1위로 올라온 3개국이 3위 팀에게 덜미를 잡히는 이변이 일어났다. ‘전차군단’ 독일의 성과는 대단히 훌륭했다. 덕 노비츠키 시대 이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독일은 홈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3위라는 최고 성적을 냈다. 독일이 유로바스켓에서 입상권에 진입한 건, 은메달을 획득한 2005년 이후 17년 만이었다. 슈로더, 바그너, 타이스 등 NBA 리거들을 앞세워 홈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이 정도의 저력을 발휘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은 독일에게 분명 큰 메리트로 작용했다.

 

여기다 막강 화력도 이번 대회 독일이 상승세를 달릴 수 있었던 동력 가운데 하나였다. 이는 공격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독일은 평균 득점 93.6점으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경기당 팀 평균 3점슛 성공 개수 역시 12.9개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다. 

 

화력의 선봉에 선 주인공은 슈로더였다. 슈로더는 이번 대회 9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33분여 동안 22.1점 2.3리바운드 7.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전체 5위), 어시스트(전체 6위) 2개 부문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독일의 에이스로 활약한 슈로더는 대회 베스트5에도 선정됐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독일의 리더이자 베테랑으로서도 제 몫을 다했다. 비록 4강에서 스페인의 벽에 막혀 독일의 도전은 막을 내렸지만,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독일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차례로 물리치는 저력을 발휘하며 이번 유로바스켓 흥행을 주도했다. 

 

스페인의 스카리올로 감독은 독일의 경기력에 대해 “올해 유로바스켓 참가 팀 가운데 단연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라고 치켜세웠고, 유로바스켓 앰버서더로 활약한 노비츠키도 “독일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들은 아직 어리다. 나는 독일 농구의 미래가 장밋빛이라고 믿는다”라고 호평했다.

 

폴란드의 상승세는 더 깜짝 놀랄 만하다. 폴란드는 지난 대회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등 한동안 유럽 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팀으로 꼽혔지만, 이변의 중심에 서며 세간의 평가를 뒤집었다. 토너먼트 돌입 후 이변이 속출한 가운데 8강에서 폴란드는 디펜딩챔피언 슬로베니아를 격파하는 대이변을 연출, 4강에 진출했다. 폴란드가 유로바스켓에서 4강에 진출한 건 1971년 이후 무려 51년 만이었다.

 

트리플더블(26점 17리바운드 10어시스트)을 달성하는 대활약을 펼치며 슬로베니아 격침에 앞장 선 마테우스 포닛카(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너무 행복하고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폴란드 역사에 남을 승리였으며, 우리는 승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나는 1주일 전 모든 대회에는 신데렐라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신데렐라는 우리다”라고 기쁨을 표했다. 사실 폴란드의 선전은 이미 예고된 것일지도 모른다. 

 

폴란드는 이미 3년 전, 2019 FIBA 농구월드컵 8위에 오르며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1967년 이후 52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당시 뛰었던 선수 가운데 6명이 이번 유로바스켓에 출전했다. 폴란드는 이번 대회 4위라는 성적 3년 전 달성한 월드컵 8위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5. 폭력·오심으로 얼룩진 유로바스켓
5년 만에 열린 유로바스켓은 참가팀마다 한층 더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군데군데 눈에 띄는 ‘옥에 티’도 아쉬웠다. 유로바스켓은 올해 특히 잡음이 심했다. 무리한 경기 일정, 튀르키예와 조지아의 폭력 이슈, 리투아니아와 독일의 잃어버린 테크니컬 파울 사건 등 메가 이벤트답지 않게 허점 투성이었다. 가장 먼저 경기장에서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튀르키예와 조지아의 경기에서는 퍼칸 코크마즈(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조지아 선수 3명과 경비원에게 폭행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튀르키예 농구협회가 공식 성명을 발표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튀르키예의 코크마즈가 조지아 선수 1명과 경기 중 시비를 벌여 퇴장당했는데, 코크마즈는 코트 밖으로 나간 뒤 라커룸으로 가는 복도에서 조지아 선수 3명과 현장 경비원 1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조지아 선수 3명 중 1명은 코크마즈와 코트에서 싸움을 벌인 당사자였고, 나머지 2명은 이날 경기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선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개최국인 조지아의 홈 팬들은 코크마즈와 조지아 선수단 사이에서 다툼이 발생하자 코트에 음료 컵을 던지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튀르키예 농구협회 부회장 오메르 오난은 공식 성명을 발표해 코크마즈의 폭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FIBA에 항의했다. 

 

피해자인 코크마즈는 “라커룸으로 향하기 위해 복도로 빠져나간 순간, 조지아 선수들과 경비원이 나에게 달려와 마구 폭행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냐”며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가해자인 두다 사나제는 폭행 사실을 발뺌했다. 조지아의 사나제는 “라커룸 복도에서 튀르키예 선수와 잠시 실랑이가 있었을 뿐, 서로 주먹질을 하거나 뺨을 때리는 등의 폭력이 오고가지는 않았다. 부상당한 이들도 없지 않나. 뉴스에서는 5명에서 많게는 20명이 싸움을 벌였다고 보도됐는데, 그럴 리가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빅매치로 화제를 모았던 독일과 리투아니아의 경기에서는 2차 연장까지 이어진 대혈투 속에서 공동 개최국 독일이 109-107로 승리를 거뒀다. 최종 승자는 독일이 됐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바로 오심 논란 때문이다. 이날 경기 후 리투아니아는 FIBA 심판진의 이상한 경기 운영에 공식적으로 항소를 제기했다. 논란의 장면은 3쿼터 막판에 나왔다. 독일의 고르디 허버트가 테크니컬 파울을 범했지만, 이에 따른 페널티 자유투 1개가 리투아니아에 주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테크니컬 파울을 범한 당사자인 허버트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4쿼터 종료 7초를 남기고 심판들끼리 3쿼터에 테크니컬 파울에 대한 자유투를 주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고 이야기 해 화를 더욱 키웠다. 

 

하지만 FIBA는 리투아니아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60분이 지난 뒤 제기된 항소는 원칙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FIBA의 규정 때문이었다. 2점 차 접전이 벌어졌던 만큼 경기를 진 리투아니아로선 자유투 1개를 부여 받았다면 결과 자체가 바꿀 수도 있었기에 더욱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대회 전체를 놓고 봐도 심판진의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선수들 사이에서 판정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슬로베니아의 돈치치는 “보면 알 수 있다. 튀르키예의 경기 시간 사건, 리투아니아의 테크니컬 파울 사건 등 문제가 정말 많다. FIBA 측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탈리아의 니콜로 멜리도 “농구선수로서 커리어를 이어오며 그동안 심판 판정에 대해 단 한번도 불만을 표한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판정에 대해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 이는 비단 우리 경기 뿐만이 아니다. 이번 대회 전체를 봐도 심판진의 판정은 엉터리였다”고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6. 기록으로 확인하는 22유로바스켓
유로에서도 괴인 모드: 아데토쿤보는 유로바스켓에서 경기당 평균 29.3점을 기록했다. 이는 1991년 니코스 길리스(평균 32.4점)이후 최고 득점 평균이다.

쾰른을 수놓은 루카 매직: 돈치치는 B조 예선 프랑스와 경기에서 47점을 폭발했다. 이는 유로바스켓 통산 단일 경기 기준, 두 번째로 높은 득점에 해당하는 기록이다.(1위는 벨기에의 에디 테라스, 1957년 對 알바니아 63점)

이게 바로 슈퍼스타 파워: 이번 대회에서 돈치치가 47점(對 프랑스) 라우리 마카넨(유타 재즈)이 43점(對 크로아티아), 아데토쿤보가 41점(對 우크라이나)을 올렸는데, 역대 유로바스켓에서 3명의 선수가 40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리키 루비오는 잊어라: 이번 대회에 앞서 스페인 국적을 취득, 귀화에 성공한 로렌조 브라운은 이번 대회 총 68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이는 지난 25년 동안 2015년의 만타스 칼니에티스(70개)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트리플더블 머신: 마테우스 포닛카는 8강전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26점 16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팀의 8강 진출을 이끌었는데, 이를 통해 역대 유로바스켓에서 20+점 동반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최초의 선수에 등극했다.

유로도 3점슛 시대: 이번 대회에서는 총 1520개의 3점슛이 터졌다. 이는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3점슛 개수에 해당한다. 그중에서도 독일은 이번 대회 9경기에서 총 118개의 3점 슛을 성공했는데, 이는 1995년 이후 단일 팀 가운데 가장 많은 개수로 기록됐다.

닥공의 그리스: 그리스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당 평균 92.3점을 기록, 지난 25년 동안 단일 팀 기준, 가장 높은 평균 득점을 기록했다.

역전의 명수: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전반 열세상황 기준, 역전승을 세차례나 따냈다.

트렌드는 공격농구: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당 평균 166점이 득점됐다. 이는 지난 30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가장 많은 득점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남게 됐다.
#7. 화제가 된 스타들의 말말말
“나라면 아데토쿤보에 걸겠다. 왜냐고? 그는 아데토쿤보니까” - ‘아데토쿤보와 돈치치 중 누가 유로바스켓 단일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더 높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루카 돈치치의 답변

“모두 내 탓이오” - 루카 돈치치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발목, 손목 부상 등 크고 작은 잔부상을 안고 경기에 뛰었고, 폴란드전에서는 3쿼터 도중 진통제를 맞으며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돈치치는 8강 폴란드 전 패배 후 “사실 몸상태가 100%는 아니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3쿼터 도중, 주사를 맞았다. 이번 대회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며 “하지만 이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오늘 우리의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팀은 물론 국가 전체를 실망시켰다”고 폴란드전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피부색, 출생지는 중요치 않아” - 미국 태생의 브라운은 유로바스켓에 앞서 지난 7월, 스페인 시민권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그는 스페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는 귀화 초기, 인종차별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이에 그는 “수많은 나라에서 인종차별이 존재하지만, 피부색과 출생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우리는 같은 형제이며 인간이지 않나”라며 인종차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사랑해, 야니스!(I love Giannis)” - 이탈리아 포제코 감독은 16강 세르비아 전 승리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라커룸 복도에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던 그리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만나자 아이처럼 달려가 “사랑해, 야니스!(I love Giannis)”를 외치며 그의 품에 안겼다. 승리의 흥분을 가라앉힌 포제코는 호텔로 돌아가 아데토쿤보를 다시 만났고 그에게 사과를 건넸다고 한다. 포제코는 “아데토쿤보에게 미안하다며 우리가 이겨서 너무 기뻤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며 “그러자 그가 씩 미소를 지으며 지나갔다”라고 들려줬다.

“언제든 다시 돌아와라” - 매 경기 30점 가까이 뽑아내는 아데토쿤보도 그리스의 탈락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8강 독일 전 패배 후 그리스의 디미트리오스 이토우디스 감독은 아데토쿤보를 향해 “야니스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그는 너무 많은 경기를 뛰었다. 건강한 몸상태로 NBA로 돌아갔으면 한다. NBA에서 더 많은 우승 커리어를 쌓았으면 한다. 그리고 조국을 위해 뛸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언제든 환영이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절름발이가 될 때까지 조국을 위해” - 이번 대회 독일의 데니스 슈로더는 코트 안에서 매 경기 맹활약을 펼친 것은 물론 코트 밖에서도 팀의 주장으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앞세워 독일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FIBA 유로바스켓 2022 최종 순위 및 시상 결과*
우승 – 스페인
준우승 – 프랑스
3위 – 독일
4위 – 폴란드
5위 - 그리스
6위 – 슬로베니아
7위 – 핀란드
8위 – 이탈리아
9위 – 세르비아
10위 – 터키
11위 – 우크라이나
12위 – 크로아티아
13위 – 몬테네그로
14위 – 벨기에
15위 – 리투아니아
16위 – 체코
17위 – 이스라엘
18위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19위 – 에스토니아
20위 – 불가리아
21위 – 조지아
22위 – 네덜란드
23위 – 헝가리
24위 – 영국

MVP
윌리 에르난고메즈(스페인)

베스트5

데니스 슈로더(독일) - 로렌조 브라운(스페인) - 야니스 아데토쿤보(그리스) - 윌리 에르난고메즈(스페인) - 루디 고베어(프랑스)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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