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주인공 구하라"..요즘 MZ세대 푹빠진 이 게임은

황순민 2022. 10. 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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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사들 '사회적 가치' 게임 개발 열풍
"공시생 주인공 자살 막아라"
사회문제 공감하며 게임즐겨
MZ세대 기부활동으로 연결
아이템 뽑기 상업성 비판에
엔씨소프트·넥슨·컴투스
'착한 게임' 속속 뛰어들어
국내 게임업계에서 이용자들이 게임을 통해 자발적으로 기부에 나선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최근 게임사를 상대로 이용자들이 마차·트럭 시위를 벌이는 등 도박에 가까운 '아이템 뽑기' 게임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임팩트(착한) 게임'을 원하는 시장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 고객층으로 떠오른 MZ세대는 자신이 플레이하는 게임에서 '사회적 가치'를 찾고 능동적인 참여 기회를 제공해주길 바라는 특성이 있어 게임사들이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섰다.

2일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인디게임 개발사 더브릭스가 개발한 임팩트 게임 '30일' 이용자들은 최근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모아 한국자살예방협회에 기부했다. 국내 첫 임팩트 게임 기부 사례다.

임팩트 게임이란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와 게임의 합성어다. 개발 단계부터 사회적 가치 창출과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게임을 의미한다. 전쟁이나 환경 보호 등 중요한 담론을 게임이라는 익숙한 매체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문제나 역사의 이면 등도 다룰 수 있다. 임팩트 게임은 책이나 영화와 달리 이용자가 주인공이 돼 사건을 직접 체험한다는 점에서 메시지의 파급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다수 임팩트 게임은 시나리오에 따라 스토리가 진행되는 내러티브형이다. 게임 '30일'은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으로 자살 예방을 소재로 택했다. 이 게임 이용자는 30일 뒤 죽음이 예정돼 있는 공시생 최설아의 죽음을 막는 미션을 부여받는다. 등장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 게임엔 16가지 엔딩이 있는데,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최설아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고 더 큰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번 기부에는 개발사인 더브릭스와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인디'를 운영하는 스마일게이트가 동참했다. 기부금은 자살 고위험군 아동·청소년에게 심리검사와 의료를 제공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어닝쇼크(실적 충격)와 함께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등 그간 내놓은 신사업 청사진을 구체적인 수익 모델로 증명하지 못하면서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게임사 실적의 성패는 핵심 지식재산권(IP)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한 이용자 생태계 구축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단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하고, 한번 유입된 이용자들이 오랜 시간 게임 속 세계관에 머무를 수 있도록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일반 게임과 임팩트 게임 간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다. 대형 개발사가 제작한 게임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거나 인디게임 개발사가 만든 임팩트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게임 개발사 중 하나인 유비소프트의 대표 IP '어쌔신 크리드'가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를 중심으로 이용자 참여 방식의 기부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대표작인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테일즈런너' 이용자와 함께 다양한 이용자 참여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은 소외계층이나 재난 구호를 비롯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는 소방관 지원이나 유네스코 문화재 등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분야에 집중됐다.

엔씨소프트는 소셜 임팩트 경연대회를 열어 인디게임사들이 임팩트 게임을 제작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넥슨은 6·25전쟁 참전용사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알리는 활동가와 협업을 했다. 컴투스는 환경재단과 함께 멸종위기에 빠진 해양동물에게 깨끗한 보금자리를 선물하는 활동을 펼쳤다.

게임을 통해 기부한다는 아이디어는 소비 주관이 뚜렷한 MZ세대 성향과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전상후 게임평론가는 "이미 해외에선 게임이 사회적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용자가 공감할 만한 사회적 가치를 담아 전달해야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과 소속감이 형성되기 때문에 게임사를 중심으로 한 기부 문화가 국내에서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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