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왜..높아지는 남북 군사적 긴장

박은경 기자 2022. 10. 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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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이후 일주일새 4차례 SRBM
'괴물 미사일' 현무 영상 첫 공개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열병식 사열을 하고 있다. 계룡=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북한이 일주일 사이 4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7발을 발사했다. 단기간 집중적 미사일 발사로 윤석열 정부의 한·미, 한·미·일 협력을 통한 대북억제책을 무력화하고, 핵 능력 자신감을 표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도발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국군의 날인 지난 1일 오전 6시45분쯤부터 7시3분쯤 북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이 포착됐다고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밝혔다. 북한이 국군의 날 당일에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날 발사된 SRBM은 고도 약 30㎞로 약 350㎞를 비행했으며 속도는 마하 6(음속 6배) 정도로 탐지됐다. 평양에서 남쪽을 향해 쏜다면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린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 범위에 포함된다.

SRBM 발사는 지난달 25일 이후 4번째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지대지 SRBM 1발을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쐈고, 사흘 뒤 28일에는 SRBM 2발을 평양 순안 일대에서, 29일 SRBM 2발을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각각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최근 북한의 빈번한 무력시위 행태는 북한이 ‘대북적대시 정책’ 상징으로 꼽는 한·미연합훈련과 핵 추진 항모 등 전략자산 전개와 맞물려있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미 항모를 노골적으로 겨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미 해상 연합훈련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 발사한 지대지 SRBM은 비행거리가 600여㎞로 탐지됐는데, 태천공항에서 미 핵 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입항했던 부산항까지 거리가 620㎞다. 한국 해군과 레이건함이 이끄는 미 항모강습단이 한·미 해상연합훈련(9월26~29일)을 실시하는 중에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점도 이전과는 달랐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항모전단이 동원된 한·미연합훈련 기간 중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공격적 군사 정책을 펼쳐도 핵 능력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대응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제에 따른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일 3국은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추적·탐지하는 상황을 가정해 연합 대잠훈련을 했다. 북한이 이 같은 군사 움직임을 빌미로 국방력 강화 계기로 삼으려고 할 수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미의 대북 군사압박 동향을 거론하면서 “공화국의 국방성과 국방공업은 조성된 국면을 군력강화의 더없는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4차례에 걸쳐 발사한 SRBM은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이나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인 ‘KN-24’, 초대형방사포 ‘KN-25’ 계열로 추정되는데 이는 북한이 ‘핵 투발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량하고 있는 무기체계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점에서 2발씩 발사 시험을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부도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일 북한의 SRBM 발사와 관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NSC는 도발 간격이 짧아지고 여러 장소에서 발사하고 있음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경제난과 방역 위기로 민생이 위중한데도 도발에만 집중하는 행태를 개탄했다고 대통령실이 보도자료에서 전했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향후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의 길닦기용으로서 미사일 발사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핵에 대한 압도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어 ‘강 대 강’ 대치로 인한 긴장이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 동맹과 우리 군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과 연습을 보다 강화해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강력히 대응하는 ‘행동하는 동맹’을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선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우리 군의 대응 수단으로 꼽히는 ‘세계 최대 탄두중량’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이 처음으로 영상 공개됐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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