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질문엔 답변 X..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 의미 퇴색

심진용 기자 2022. 10. 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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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기념사에 앞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파격적 시도로 받아들여졌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두고 회의적인 평가가 커지고 있다. 질의응답 총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막상 민감한 현안에는 답변을 피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다. 윤 대통령 귀국 후 2차례 출근길 문답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비속어 사용 파문 관련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유감 표시도 없었다. 그 사이 논란은 2일 현재 열흘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출근길 문답에서 미국 뉴욕 순방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지난달 26일 귀국 후 첫 출근길 문답에서는 다른 입장 표명 없이 언론 보도를 탓하면서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이 XX’라는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맞는지, 맞다면 어디를 겨냥한 것인지 윤 대통령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논란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차원에서 ‘바이든’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다.

윤 대통령이 민감한 질문에 답변을 피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나 대우해양조선 파업 관련 입장을 묻는 말에 답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소환 통지를 받은 것에 대해 입장을 묻자 ‘형사 사건은 기사를 꼼꼼하게 읽을 시간도 없어서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내부총질’ 문자 파동 때는 예정에 없던 외부 일정이 추가되면서 출근길 문답 자체가 무산됐다. 취재진이 오후 들어 대통령실 청사로 들어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질문했지만 역시 답변은 없었다. 지난 3월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던 당선 일성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답변을 취사 선택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질의응답 총량은 크게 줄었다. 지난 7월 중순을 기점으로 출근길 문답에서 질문 2개씩을 받았고, 순방에서 돌아온 후로는 1개로 줄었다. 7월 이전까지 윤 대통령은 통상 5~6개의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받는 양이 줄어든 대신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추가됐다.

출근길 문답 형식 변화는 윤 대통령의 발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선택이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도배’ ‘국기 문란’ 등 출근길 문답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구설에 오르자 질의응답 총량을 줄였다는 것이다. 모두발언 도입은 윤 대통령이 먼저 화두를 제시하면서 어젠다를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모두발언으로 답변 방향성을 먼저 제시해서, 돌발 질문 가능성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에 따른 효과는 크지 않다. 지난 29일 출근길 문답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전날 광주 방문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언급했지만, 비속어 논란에 묻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침묵하는 동안 대통령실은 강온 양면으로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언론에 책임을 돌리는 한편, 해외순방 등 외교 성과를 강조하는 식이다.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지난 29일 윤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면담과 관련해 “견고해진 국익과 동맹을 확인했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대북확장억제 등 당면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11억5000만 달러 규모의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 등 순방 성과도 알렸다. 앞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가짜뉴스’를 논란의 발단으로 지목하고 “가짜뉴스만은 퇴치해야 하지 않냐”며 강경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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