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위로, 소속팀은 아래로..손흥민의 엇박자 기용

황민국 기자 2022. 10. 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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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 축구국가대표와의 친선경기에서 득점 후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골잡이는 골문 앞에서 가장 빛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손흥민(30·토트넘)도 똑같다.

9월 A매치 2연전에서 최전방으로 전진 배치돼 골 폭죽을 쏘아올린 그가 토트넘 홋스퍼에선 하프라인 아래로 밀려나는 엇박자 기용에 고민하게 됐다.

손흥민은 지난 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2~2023 EPL 9라운드 아스널 원정에 선발 출전했으나 득점은 커녕 슈팅도 1개조차 기록하지 못하며 1-3 패배를 떠안았다.

이날 손흥민은 3-4-2-1 포메이션에서 2선 공격수로 출전해 맷 도허티와 교체될 때까지 72분을 소화했다. 출전시간은 이번 시즌 평균치(경기당 74.5분)와 큰 차이가 없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손흥민의 새 역할에 있었다. 손흥민은 익숙한 측면 대신 중앙에 머물면서 득점보다는 공격의 연결고리로 뛰었다. 공격수보다는 미드필더에 가까웠다.

실제로 스포츠통계업체 ‘옵타’가 제공한 터치맵을 보면 손흥민은 하프라인 부근에 머물면서 공격보다 수비, 슈팅보다 패스에 힘을 썼다.

손흥민이 지난 1일 아스널전에서 공을 잡은 위치 | 스포츠통계업체 옵타 제공



손흥민이 이번 A매치에서 최전방에 가까운 원톱으로 뛰면서 2골을 기록한 터라 비교됐다. 손흥민은 첫 경기인 코스타리카전(2-2 무)에선 프리킥 동점골을 넣었고, 카메룬전(1-0 승)에선 헤더 결승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부진이 본인의 문제보다 역할차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손흥민이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맡았다는 증거는 통계지표에서도 잘 드러났다. 손흥민은 이날 페널티박스에서 한 차례도 공을 잡지 못해 슈팅 시도도 없었다. 손흥민이 슈팅 0개에 그친 것은 지난 4월 23일 브렌트포드전 이후 처음이자 올해 세 번째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역습 가담으로 전반 31분 페널티킥(PK)에 기여했지만 평소 같은 한 방은 없었다.

어색한 옷을 입다보니 다른 지표도 엉망이었다. 손흥민은 21번의 패스를 시도해 15번(71%)만 성공해 선발 출전한 토트넘 선수 가운데 골키퍼를 제외한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상대 진영인 파이널 서드에선 그보다 낮은 6번 중 4번(66%)이었다. 자연스레 나머지 토트넘 전체의 공격도 막혔다. 에메르송 로얄이 후반 17분 거친 파울로 퇴장당하는 변수가 있었다지만 팀 전체의 슈팅이 6개(해리 케인·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 이상 2개·히샤를리송 1개·이반 페리시치 1개)에 그쳤다.

영국방송 ‘BBC’는 간판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를 통해 “손흥민이 선제골 장면에서 수비에 무성의했고, 역습 전개 과정에선 자신의 클래스에 걸맞는 패스를 보여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페널티박스 침투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손흥민 입장에서 아스널전 부진은 데얀 클루세브스키의 부상으로 수비 부담이 늘어났고, 로얄의 퇴장으로 전술이 꼬인 여파라 억울할 수 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1-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10명이 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전술에 변화를 주기도 전에 상대의 세 번째 골이 나왔다”며 손흥민이 아닌 상황이 만들어낸 문제라고 진단했다.

흥미로운 것은 손흥민이 2년 전 비슷하면서 정반대의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그는 토트넘에선 최전방에 가까운 위치에서 뛰면서 순조롭게 골을 기록한 것과 달리 대표팀에선 지금처럼 해결사가 아닌 조력자 역할을 맡아 부진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손흥민은 “슈팅을 조금 더 욕심내겠다”는 발언과 함께 대표팀에서 부활에 성공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필요한 상황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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