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방한.. 이재용에게 내놓을 ARM 협력 카드는

재계 고위인사 "M&A는 불가능, 의미있는 지분 투자도 가능성 낮아"
ARM, CFO로 IPO 전문가 영입
외신 "기술협력 가능성 논의" 관측도

지난 2016년 6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면담을 가진 모습. /뉴스1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1일 방한했다. 재계에서는 손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반도체 설계회사인 영국 ARM과 관련해 어떤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ARM은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다. 2일 재계 고위인사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이미 과점 사업자이고, 파운드리도 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ARM 인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지분투자도 의미있는 규모로 이뤄지긴 힘들다”며 “두 사람이 만나봐야 알겠지만, 언론에서 추측하는 것처럼 뭔가 의미있는 큰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IT 기기의 ‘두뇌’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IT 기기의 AP 설계 기술을 갖고 있다.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ARM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자랑하는 만큼 ARM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을 검토하는 후보군에 속한 업체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0년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ARM을 400억달러(약 56조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지만,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올 초 결국 무산됐다. 이후 ARM을 연내 상장하겠다고 방향을 틀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영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ARM 경영진을 만났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ARM 경영진을 만나지 않았다”면서도 “다음 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로 온다.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손 회장을 만나 ARM문제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양측의 논의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손 회장 측에서도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ARM과 삼성전자의 전략적 협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두 사람의 회동은 외신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가 AP를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ARM과 다방면의 제휴가 가능하지만, ARM 입장에서 특정업체와 협력이 깊어지면 다른 고객업체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고객 이탈을 초래해 압도적인 1등 사업자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ARM과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에 쓰이는 첨단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협력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손정의 회장의 방한에 앞서, ARM은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IPO(기업공개) 전문가를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ARM은 지난 26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30년 넘게 재무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쿠팡 이사회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출신의 제이슨 차일드(Jason Child)를 CFO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ARM은 차일드 CFO가 고성장 기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글로벌 금융 기능을 확장하는 데 3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하며 오는 11월 2일 회사에 합류해 ARM의 글로벌 재무 부문을 이끌 예정이라고 밝혔다. 르네 하스(Rene Haas) ARM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기업에서의 재무 관리 및 IPO(기업공개) 실행에 대한 차일드 CFO의 광범위한 경험은 잠재적인 상장을 준비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이에 소프트뱅크가 ARM을 상장하기로 하고 삼성전자에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와 관련한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