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핵을 쓸 것인가.."미 정부, 러 전술핵 위협에 대한 우려 커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의 합병을 강행한 이후 미국 정부 내에서 러시아가 전술핵 사용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병합 하루 만인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요충지 리만을 탈환하는 등 러시아군이 지금과 같이 수세에 몰리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극단적 결정을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아직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낮고, 러시아가 핵 관련 자산을 이동켰다는 증거도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와 비교하면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해 훨씬 더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전투에서 고전할수록 푸틴 대통령이 일종의 협상 수단으로 약 2000기에 달하는 전술핵을 우크라이나에 쓸 수 있다고 위협할 것이라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전술핵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전략핵무기보다 위력은 작지만, 야포나 단거리미사일, 폭격기 등에 탑재할 경우 특정 구역을 심각하게 파괴시킬 수 있다. 일부 러시아군 분석가들은 흑해로 전술핵무기를 발사해 무력 시위를 하거나 우크라이나 군기지를 겨냥하는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푸틴 대통령은 계속해서 핵 카드를 언급하고 있다. 그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주에 대한 영토 합병 조약 체결 이후 연설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땅을 지킬 것”이라고 밝히고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원자폭탄을 사용한 사실을 언급한 것도 ‘영토 방어’를 이유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재래식 전력의 부실한 역량이 여과없이 드러나면서 푸틴 대통령이 핵과 같은 비대칭전력에 의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강행 이후 핵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데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직접 개입을 차단하고, 우크라이나를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관리들은 푸틴이 당장은 핵을 사용하기보다는 유럽에서 사보타주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고위 당국자들을 겨냥한 공격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연구한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실제 핵 사용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면서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병합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격퇴하는 데 성공하지 않는 한 푸틴 대통령이 핵 사용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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