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우리 군에 갈 무기, 폴란드에 먼저?..함께 짚어볼 것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입력 2022. 10. 2. 13:30 수정 2022. 10. 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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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수출은 경제적, 안보적으로 이익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거 지원해서 무기고가 텅 빈 폴란드에 우리 군 공급용 K2 일부를 먼저 보내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 맞습니다.

당시 정부는 우리 군이 운용 중인 K2 전차를 떼어내서 폴란드에 중고로 수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습니다.

우리 군에 쥐어줬던 무기를 빼내 수출했을 때 안보 공백이 생기는 것이지, 이번처럼 K1A2 운용 기간을 몇 달 늘려서 K2를 수출하는 것은 안보 공백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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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시험 중 이륙하는 KF-21. FA-50 수출은 KF-21 수출 마케팅으로써 의미가 크다.

폴란드에 FA-50 경공격기, K2 전차, K9 자주포를 대거 수출한 쾌거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우리 방산이 맨땅에서 시작해 이제 국방과학의 총아인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하기에 이르렀고 그동안의 노력이 폴란드에서 만개했으니 너나없이 환영할 만했습니다.
 
그로부터 한두 달이 흘렀습니다.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투기와 전차, 자주포를 폴란드에 먼저 주기 위해 우리 군의 해당 무기 도입이 지연될 판이라고 민주당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문제 제기한 것입니다. 안보 공백을 초래하는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잘 따져보면 우리 군 도입 예정 물량의 일부를 폴란드 수출로 돌리는 것은 실보다 득이 많습니다. 처음도 아니고 외국에서도 있는 사례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들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안보 공백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입니다. 국정감사를 맞아 대통령실과 정부에 공세를 펴야 하는 처지를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군과 국산 무기 쪽은 무리하게 건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방산 수출이 꼭 필요한 이유

방산 시장에서 정부와 군은 절대적 지위입니다. 독점적 수요자이기 때문에 업체 위에 군림합니다. 군이 소요를 제기하면 업체들은 공장을 돌리고, 군이 주문을 안 넣으면 공장을 멈춰야 합니다. 업체들이 적지도 않아서 사업 공고가 뜨면 경쟁은 치열합니다. 그래서 국내 방산 시장은 하늘만 쳐다보며 맥없이 처분을 기다리는 천수답과 같습니다.
 
살 길은 수출입니다. 국산 무기의 경쟁력을 키워 해외에서 팔 수 있으면 지긋지긋한 천수답 신세를 면할 수 있습니다. 우리 방산 업체들이 기를 쓰고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미국,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 등 국방과학 강국이 장악하고 있는 서방 무기 시장에 변방의 한국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시피 합니다. 이번 폴란드 잭팟은 마침내 작은 틈새 하나가 열린 사건입니다.
 
노르웨이 설원에서 주행시험을 벌이고 있는 K2 전차(오른쪽)와 독일 레오파드 전차. 이달 말 노르웨이 정부는 차기 전차 우선협상대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방산 수출은 경제적, 안보적으로 이익입니다. 방산업체들이 수출해서 숨통이 트이면 기업의 경영과 생산 여건이 나아지고, 이는 곧 국산 무기의 품질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수출된 무기는 한반도 유사시 역으로 임대 해 즉시 전력화할 수 있는 미래 안보 자산이 됩니다. 국산 무기의 해외 현지 생산 시설은 남북이 전쟁을 벌일 때 안정적인 조병창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매 정부가 부르짖는 방산 협력입니다.
 

우리 군 몫 빼서 폴란드에 먼저 줬다?

폴란드에 수출되는 K2 전차의 예를 먼저 들겠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거 지원해서 무기고가 텅 빈 폴란드에 우리 군 공급용 K2 일부를 먼저 보내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 맞습니다. K2가 배치될 우리 군 부대는 빈손의 부대가 아니라 현재도 제법 괜찮은 K1A2 전차를 운용하는 부대입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폴란드 수출로 해당 부대의 K2 배치가 5개월 정도 늦어지더라도 K1A2로 충분히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K2 폴란드 수출은 사실 문재인 정부 때 착수된 사업입니다. 당시 정부는 우리 군이 운용 중인 K2 전차를 떼어내서 폴란드에 중고로 수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습니다. 우리 군에 쥐어줬던 무기를 빼내 수출했을 때 안보 공백이 생기는 것이지, 이번처럼 K1A2 운용 기간을 몇 달 늘려서 K2를 수출하는 것은 안보 공백과 무관합니다. K9과 FA-50도 K2와 비슷하게 여유가 있으니까 폴란드에 먼저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폴란드 수출의 이익은 상당합니다. FA-50 48대를 폴란드 공군에 배치한다는 것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씨앗을 유럽에 뿌린다는 뜻입니다. KF-21을 우리 공군만 사용한다면 전투기 개발비도 못 건집니다. 무조건 대량 수출해서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야 우리 군도 싼값에 KF-21을 들입니다. FA-50 도입국은 향후 부단한 후속 군수 지원 과정에서 우리 공군,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와 접촉해야 하고, 이는 곧 KF-21 무제한 마케팅의 기회입니다. KAI의 한 임원은 “FA-50 수출은 KAI의 매출 증대라는 현재의 이익보다 KF-21 수출 가능성 증대라는 미래 이익을 창출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방산도 해당국가 정부와 함께 움직입니다. 무기는 안보의 상품이어서 정부가 간섭도 하고 지원도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 도움 없이 방산 수출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부 도움으로 수출했으니 방산 업체는 국가 안보에 더욱 기여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이런 전후 사정을 감안해서 괜한 트집잡기는 삼가기 바랍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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