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시 유동성 공급 실행 준비됐다"..빨라진 한·미 통화스와프 시계?

이호준 기자 2022. 10. 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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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30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글로벌 경제상황, 외환시장, 전기차 세액공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컨퍼런스콜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외건전성에 문제가 없는만큼 “필요시” 언제든 통화스와프를 체결할수 있도록 준비해두겠다는 게 정부 공식 입장이지만, ‘킹달러’ 폭주세가 이어지며 수입물가 상승, 무역적자 확대에 자본시장 경색까지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면서다.

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2년 2분기 외환당국 순거래’ 자료를 보면 외환당국은 올 2분기 환율 안정을 위해 154억900만 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환당국이 2019년 분기별 외환시장 개입액을 공개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순거래액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그만큼 소진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환율 급등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에만 연고점을 11차례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2일에는 1400원을 돌파하더니 일주일만에 1440원도 뛰어넘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공포가 원화는 물론 유로, 파운드 등 각국의 통화가치를 절하시키고 있는 것이어서, 각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대외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당장 무역수지, 자본시장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9월 무역수지는 37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무역적자가 6개월 연속 이어진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킹달러’ 영향으로 수입이 두자릿수로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무역적자는 48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는 직전 최대치인 1996년 206억2000만달러의 두배를 훨씬 넘는 규모다.

가뜩이나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이 경색되고 있는 와중에, 원화가치 급락으로 외인자본도 무섭게 이탈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서 1조9216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총 외인 보유 비중은 2년 전만해도 40%에 육박했지만, 지난달 30일 30.74%까지 떨어졌다. 같은기간 코스피 지수는 12%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킹달러’ 현상에 따른 환손실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최근 외국인들의 투매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컨퍼런스콜을 갖고 외환시장 협력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경제현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 등 주요국의 유동성 경색 확산으로 금융불안이 심화하는 등 필요한 경우에는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양측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동성 공급장치에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포함된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국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과 관련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과 의견을 교환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통화스와프는 특정 기간 동안 국가 간 통화를 서로 교환할수 있록 약속해두는 것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처럼 한국이 달러가 부족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달러와 원화를 맞교환할 수 있도록 미리 약정하는 것이다.

외환당국은 아직 통화스와프 체결의 긴급성이 높지 않은만큼, 체결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통화스와프는 체결 소식만으로도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08년과 2020년 두차례 체결됐는데, 발표 소식만으로도 원·달러 환율은 2008년 12.4%, 2020년 3.3%가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2021년 두번째 한·미 통화스와프가 종료될 때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환율 변동성이 축소되고 국내 외화유동성 사정도 개선되는 등 국내 외환부문이 빠르게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통화스와프가 근본적인 환율 불안 문제의 해결책이 아닌만큼, 불안할 때마다 꺼내 쓰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08년 10월 30일 통화스와프 체결일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무려 177원 떨어진 1250원을 기록했지만, 20여일 만에 다시 전고점을 경신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앞서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대외건전성에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럴 상황은 아니다”면서 “우리는 현재 43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고, 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조치를 준비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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