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은 달라도 우린 식구(食口)..다큐 '수프와 이데올로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본놈하고 미국놈은 안 된다."
남편은 세상을 떠나고 홀로 오사카의 집을 지키는 강 씨는 딸이 데려온 일본인 남자친구 아라이 가오루를 만난다.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재일조선인이자 제주 4·3 사건 생존자인 강정희 씨의 이야기로, 강 씨의 막내딸인 양영희 감독이 어머니와 자신의 일본인 남편이 음식으로 교감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일본놈하고 미국놈은 안 된다."
재일조선인 강정희 씨와 남편 양공선 씨는 막내딸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남편은 세상을 떠나고 홀로 오사카의 집을 지키는 강 씨는 딸이 데려온 일본인 남자친구 아라이 가오루를 만난다. 극구 반대하던 일본인 사위였지만, 그를 위해 마늘 40쪽을 넣은 닭을 4시간 동안 끓여낸 수프를 대접하기도 한다.
사위가 된 가오루는 장모와 함께 장을 보고 마늘을 다듬으며 요리법을 배우고 나중에는 오롯이 혼자 힘으로 수프를 끓여낸다.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재일조선인이자 제주 4·3 사건 생존자인 강정희 씨의 이야기로, 강 씨의 막내딸인 양영희 감독이 어머니와 자신의 일본인 남편이 음식으로 교감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디어 평양'(2005), '굿바이, 평양'(2009)을 잇는 양 감독의 가족 다큐멘터리 3부작의 마지막 장이자, 감독이 어머니 강 씨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양 감독은 부모의 고향이 남한임에도 북한을 조국으로 택하고 아들 셋을 평양에 보낸 어머니 강 씨를 원망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4·3을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태어난 일본도, 부모의 고향인 남한도 조국이 될 수 없었던 그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1930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강 씨는 1945년 미군의 대공습으로 잿더미가 된 고향을 떠난다. 그가 향한 곳은 부모의 고향 제주. 하지만 3년도 채 되지 않아 4·3 사건으로 친척들과 약혼자까지 모두 잃은 그는 살기 위해 다시 일본을 찾는다.
일본에서 만난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친북성향 재일동포단체)의 열성 활동가와 결혼한 강 씨는 과거를 마음 깊은 곳에 품은 채 세 아들과 딸 하나를 키워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4·3에 대해 입을 연 그는 마을 냇가가 죽은 사람들의 피로 시뻘겋게 물들고 사방에 시체가 널려있던 열여덟의 그 날을 고통스럽게 떠올린다.
양 감독은 이번 작품을 만들며 "어머니는 평생 그리워할 조국을 가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북한을 그렇게도 믿으셨구나' 생각했다. 어머니의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삶에 공감하진 않지만,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목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무슨 뜻일까.
"사상이나 가치관이 달라도 같이 밥을 먹자, 서로 죽이지 말고 함께 살자는 마음을 담았어요."
20일 개봉. 118분. 12세 관람가.
stop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태국서 실종됐던 中 배우, 미얀마서 구출…"인신매매 추정" | 연합뉴스
- '음란물 게시' 논란 박성훈 "큰 실수로 작품에 누 끼쳐 죄송" | 연합뉴스
- "더치페이 왜 안 해" 술자리 동석 여성 때린 20대 구속 | 연합뉴스
- '짱구는 못 말려'·'어벤져스' 성우 유호한 별세 | 연합뉴스
- '폭행·음주운전' 전직 야구선수 정수근 징역 2년 법정구속 | 연합뉴스
- '오징어게임2' 배우들 잇단 SNS 실수…이번엔 시즌3 '스포' 논란 | 연합뉴스
- 화성서 부부싸움 중 남편 살해한 50대 아내 구속(종합) | 연합뉴스
- 사라진 비트코인 1천400개…"경찰이 가져가" 무고 30대 추가기소 | 연합뉴스
- 심정지 됐다가 기사회생한 30대 환자 병원 22곳서 이송 거부 | 연합뉴스
- '보상금 받아 신나겠다' 해도 너무한 악플들…"생각없이 올렸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