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왔다 가지만 혼자일 수 없는 삶"..고독사 다룬 뮤지컬 '어차피 혼자'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그 제목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을 비추며 시작된다. 막이 오르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오래된 아파트가 무대 위에 들어선다. 재개발을 앞둔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오랜 보금자리를 잃고 싶지 않은 홀로 사는 노인들. 40대 구청 공무원 독고정순도 이곳에서 혼자 산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기대하는 것도 없다. 살면서 깨달은 것은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는 것. 공연은 독고정순과 산장아파트 주민들이 하루를 시작하며 부르는 넘버 ‘어차피 혼자’로 문을 연다.
지난달 서울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어차피 혼자>는 뮤지컬 무대에선 흔치 않은 소재인 고독사 문제를 다룬다. 서울 변두리 소시민의 삶을 한국적 정서로 풀어낸 스테디셀러 뮤지컬 <빨래>의 연출 추민주와 작곡가 민찬홍이 다시 뭉쳐 내놓은 창작 뮤지컬이다. 2013년 낭독 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뒤 9년여 만에 정식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한 평 남짓한 작은 쪽방에서 사망. 집주인 떡국 한 그릇 전해주러 갔지. 얼어붙은 눈물 자국 묻은 가족사진 두 손에 꼭 쥐고 있는 시신 발견.” 남구청 복지과에서 무연고 사망을 담당하는 독고정순이 쓴 사망 고지서엔 늘 망자의 사연이 붙어 있다. ‘쪽방에서 사망, 건물주 시신 발견’으로 짧게 기록하라는 상사의 타박에 독고정순은 누군가의 삶을 “한두 줄로 요약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공연은 재개발을 앞둔 산장아파트와 구청 복지과를 배경으로 저마다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는 독고정순은 유족을 찾아 망자의 마지막 길을 잘 배웅하고, 이를 넘어 누군가의 외로운 죽음을 막고 싶다는 생각에만 휩싸여 있는 인물이다. 그와 함께 일하는 복지과의 신입 서산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길고양이에게만 정 붙이며 살고 있다.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점차 자신과 닮아 있는 상대의 외로움을 이해하며, “혼자 왔다가 혼자 가지만 혼자일 수 없는 게 결국 사람”임을 알게 된다. 주인공 독고정순 역은 조정은·윤공주가, 서산은 양희준·황건하가 맡았다.
제작사 PL엔터테인먼트의 송혜선 프로듀서는 지난달 열린 프레스콜에서 “항상 우리 이야기, 우리 정서를 담은 공연을 추구해왔는데 <어차피 혼자> 역시 지금 우리의 삶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민찬홍 작곡가는 “고독사 문제가 뮤지컬에서 다루기 쉬운 소재는 아니지만 이를 통해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로운 분들을 조명하고 함께 위로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해질녘 집집마다 불이 켜지고 그 안의 일상이 드러나는 산장아파트의 전경, 구청장의 치적을 과장스럽게 선전하는 구청 풍경 등은 영상을 활용해 표현했다.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는 만큼 음악은 서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다만 선명한 선악 대립 구도로 치닫는 후반부 전개는 다소 과장스럽게 느껴진다. 공연은 11월20일까지.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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